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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츠닥터 이상훈 Sep 29. 2018

아시안게임 야구, 축구 그리고 폐막식

국가대표 선수들의 주치의, 어깨박사 이상훈의 아시안게임 리얼스토리

아시안게임의 폐막식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대부분의 경기들은 종결되었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종목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은 유도와 축구, 야구 같은 구기종목 등에서 한국팀은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었다.  특히 폐막식 전날 결승전이 예정된 축구와 야구  경기에는 온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 있었다.


대한민국 야구 국가 대표팀은 압도적인 힘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된 강력한 금메달 후보이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인해서 엄청난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상황이었다.


여러 국제 경기에서 선수들을 치료해보면,
가끔 엄청난 스트레스로 괴로와하는 선수들을 만나게 된다. 이 때 선수들의 몸은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 되고, 이 때 질병과 고열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 야구 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대만에 패하자, 코치부터 시작해서 많은 선수들이 고열로 쓰러졌다.

이는 엄살이나 과장이 아니라 분명 의학적 현상이다.

코치 한 분은 대만전이 끝나고 바로 열이 끓으면서 쓰러져서, 의무실로 실려져 왔다. 열이 40도가 넘어가고 있었고, 중한 병일 가능성도 있었다.

내과 선생님과 상의하면서 진찰해보니,  이상은 관찰되지 않는다.

일단 수액을 주면서 휴식을 취하게 하니 1시간 만에 모든 열이 내리고 모든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팀이 패배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급격히 모든 신체 기능이 저하되었던 것 같다...

다음 날부터 한국 야구대표팀의 선수들이 하나둘 쓰러져서 의무실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스트레스에 의한 신체 능력이 저하되는 경우. 가장 먼저 감기나 위장관 감염으로 설사병이 생기기 쉽다.

선수들의 증상은 모두 유사한 양상이었다. 대부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선수들이었다.


십년 넘게 수백명의 프로 야구 선수들을 치료해오고, 여러 팀들의 팀닥터로 오랜 시간을 보내오면서, 이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알아왔고, 속 깊은 이야기도 많이 나누어 온 만큼, 나에게 있어서 이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은 잘잘못을 떠나서 너무 마음아픈 일이었다.

이들이 느끼는 고통과 좌절은 상상을 한참 넘어서는 수준이었는데, 수많은 언론에서 연일 나쁜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어서, 쉽게 해소될만한 스트레스는 아니었다.


내 입장에서는 이들이, 안아프고.. 경기도 잘해서 금메달을 따기만을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야구 대표팀 양의지 선수와 함께 치료실에서.

다행히 야구팀은 이후 승승장구 하면서,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며 금메달까지 따낼 수 있었다.

힘든 여러 환경 속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해준 선수들이 무척 대견했다.



대회 거의 막바지에 펼쳐진 유도 경기에서도 한국팀은 좋은 파이팅을 펼쳤다.

4개의 금메달과 6개의 은메달, 3개의 동메달을 일궈냈는데,

일부 심판의 편파판정이 많이 아쉬웠다. 금메달을 몇 개는 더 추가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유도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부상을 달고 살기 때문에, 이번에도 의무실에 자주 출몰(?)했다.

그러나, 다행히 시합 과정에서 큰 부상은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다행스러운 아시안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도쿄 올림픽까지도 다들 아프지 말고 메달도 많이 따주기를 기원합니다!


무적 여자 유도 국가대표팀!



야구팀과는 달리, 축구팀은 국민들의 축복 속에 결승전을 맞이하였다.

이 결승전을 앞두고 한국대표팀은 '선수단의 밤' 행사를 마련하였는데,

아시안게임의 주역이었던 많은 선수들의 노력과 결과를 축하해주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자리를 함께 해서 선수들을 축하해주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참가한 모든 선수들의 이름이 스크린에 올라갔다.

행사 막판에,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여했던 선수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스크린에 올라가는 순간에는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선수단의 밤'행사가 끝난 후에는 다같이 모여서 축구 경기를 응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폐막식을 하루 앞두고, 모든 선수들과 임원, 대한체육회 회장과 IOC 위원장까지 같이 모일 수 있어서, 뜻깊은 행사가 되었다. 이제 아시안게임은 막을 내렸으니, 도쿄 올림픽을 봐라볼 시간인 것 같다.

선수단과 임원단이 코리아 하우스에 모여 다같이 축구 응원을 했다



아시안게임의 긴 여정은 드디어 막을 내렸다.

폐막식을 준비하며 다시 단복을 입고 나가는데, 지난 20일간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폐막식 기수 탁구 대표팀 서효원 선수

폐막식에서는 남측의 기수로는 탁구 국가대표 서효원 선수가 선정되었다.

폐막식은 슈퍼주니어의 공연으로 피날레를 장식할 만큼, 인도네시아에서의 한류는 대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았다.

폐막식마저 끝나고 의무팀은 귀국할 준비를 했다.

워낙 의료장비부터 시작해서 엄청난 물품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귀국길에서도 엄청난 물량을 다시 들고 들어가야 했다. 이 험난했던 3주간을 잘 버티고 성실히, 그리고 훌륭히 역할울 해준 우리 7명의 의무팀에게 큰 박수와 감사를 보내고 싶다.


의무팀의 의료장비들


그렇게 해서 한국 대표팀은 인천 공항으로 귀국하였다.

이제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이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더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다.

나도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4달씩 밀려있는 환자들을 진료해야 하고, 6주간 밀려있는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턱 막힌다. 하지만, 이것이 내 할일인 것은 어쩌랴..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웃고 울며 뜨겁게 보낸 지난 3주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었음은 분명하다. 한국 스포츠의 끝없는 발전을 기원한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임원단. 귀국 환영 행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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