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경 Mar 25. 2023

삶과 신념, 순응을 환기하는 글

커리어에 목적을 둬야겠다는 결심은 지금 하는 일에 관한 사유를 일으킵니다. 그것은 현재 전반적인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데요. 생각해 보면 서른이 다 되어 가면서 여러 직업을 꿈꾸고, 그를 이루기 위해 살아온 것 같습니다. 태생부터 이유가 없으면 동력이 생기지 않았던 저이기에, 행동에는 꼭 동기가 필요했고, 그 동기는 제 스스로 설득이 될 수 있는 이유이어야만 했습니다.


처음으로 어떤 직업적 소명을 가져야겠다고 진지하게 결심을 했던 것은 고등학생 때였습니다. 설거지를 하던 레스토랑에서 일손이 빈다는 이유로 파스타를 볶게 되었는데요. 일찌감치 공부에 뜻이 없는 학생이었던 제가 유일하게 성취를 이루고, 만족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철학적 사유는 어린 나이에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 수록 깨달은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차이만 있는 것 같아요. 모쪼록 그 시절의 저는 인간이 성취와 만족에서 신념을 가지게 되고, 복잡한 삶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그 신념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을 무의식이었지만,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아무도 칭찬하지 않았지만, 그저 파스타를 맛있게 볶아 내놓은 그릇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낀 것 같아요. 나는 요리를 하며 살면 괜찮겠다는 생각과 함께요.


하지만 그와 같이 절대 변할 것 같지 않았던 꿈은 더 크고, 매력적인 성취와 만족을 통해 바뀌게 되었습니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처럼 다짐했던 날을 비웃을 만큼 쉽게, 그 비웃음에 언짢은 마음을 가질 만큼 무겁게요. 공교롭게도 올 해는 처음으로 직업 목표를 가지게 된 시기부터 딱 10년이 지난 해인데요. 지난날을 회고하며 직업의 소명을 네 번 바꿨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요리사에서 연극배우로, 배우에서 연출가로, 연출가에서 회사원으로 바뀌게 되었는데, 지금 글을 쓰면서 연출가를 꿈꿀 때까지는 가슴이 두근거려 이 삶을 다 바쳐도 후회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회사를 다니게 된 건 가슴이 뛰기보단 현실적인 이유가 더 크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어떤 신념과 꿈을 가져 회사원을 하게 된 것이 맞는가에 관한 제 자신의 확신 어린 설득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현실의 순응 때문이라는 이유와 다른 결의 문제였습니다.


만약 현실의 순응 만이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의 온전한 이유가 되어버리는 순간부터 저는 앞으로 업에 아무 의미도 담지 못할 것이라는 은연 중의 압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아마... 아니, 필연적으로 다음 직업을 선택할 때도 잠식되어 신념이 아닌 다른 것을 위해 일을 한다는 굴레를 끊지 못할 것이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저는 이 굴레 속으로 스스로 들어온 꼴이 되었는데요.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아마 '네가 현실에 순응해놓고 신념이 어쩌고, 열정이 어쩌고 하는 말을 왜 하는 것이지?' 싶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해합니다. 저 역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내린 해결책이 현실에 순응했지만 이 일을, 혹은 이제 앞으로 하게 될 새로운 일을 왜 하는지에 관한 변하지 않을 본질적 신념을 구축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정의한 변하지 않는 신념은 현실의 순응이라는 생존에서 벌어진 이기적 신념이 아닌 타인을 위해, 타인을 이롭게,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이타적 신념입니다. 저는 모든 일은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행할 때 의미를 가진다는 작은 깨달음을 얻고 현실이라는 굴레 속에서 평안을 찾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이타적 신념에 간절해야 지금은 하지 못하는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많은 일에 욕심 내는 이유가 이타적인 목적이라면, 제가 하는 욕심에 스스로 고통스럽지도, 공허해지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은 커리어를 이어나가는데 중요한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얄궂게도 이런 생각은 바쁘고 여유가 없어질 때마다 사라지게 되는데요. 그럴 때면 이런 글쓰기를 통해 환기를 합니다. 현실에 순응하자는 마음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서, 사람에게 도움이 되자는 신념에 평안을 얻어 나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 이 글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운명에 포괄된 환경과 성향에 관한 고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