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당장 내가 더 잘 느껴지는 것은 행복보다 불행이었다. 여러 종류의 스트레스와 가십, 불안은 실상 작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치명적인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SNS의 흘러넘치는 문구에 꾸준하게 따봉이 박히는 이유도 당장 느껴지는 고통을 희석해 줄 무엇이 간절하기 때문이리라. 그와 상반되게 우리는 그렇게 문구처럼 이 또한 지나가고 나면, 신기하게 어떤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통감이 사라지고 나면 사실만 남는다. 작은 사실에서 얻은 고통은 딱 한 가지 교훈만 준다. "작은 일에 고통스러울 필요가 없구나!"라는 교훈을!
반대로 작은 일에 느껴지는 행복은 길게 남는다. 가장 행복한 순간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거창한 것에 있지 않다. 어디를 여행하거나, 오랜만에 방문한 친가에서 먹은 된장찌개나, 추운 날만 계속되다가 오래간만에 풀린 봄날씨에 느끼는 따스함과 같은 작은 행복은 시간이 지나서도 그때의 감각을 바로 불러일으킬 정도로 생생하다. 알다시피 학창 시절과 유년기의 추억, 불량 식품, 놀이터의 모래먼지도 다 생생히 기억나지 않는가? 반복되는 날이고, 작은 순간이었음에도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불행은 오늘 아프고, 내일은 잊지만 행복은 오늘도 좋고 내일도 좋다.
나는 시간이 늘 귀하다는 생각을 한다. 귀한 시간을 가치 있게 쓰는 게 삶의 목적인 것 같다. 물론 성장을 위한 불행도 나중엔 행복이 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런 의미로 나는 불행이 오면 온전히 느끼고, 잘근잘근 씹어 토하지 말고 꿀떡 삼켜 소화할 것이다. 순간을 내가 만들지 못한다면 상황이라도 내가 만들 것이다. 행복한 상황은 오늘의 내가 느끼는 것이고, 내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카페에 일을 하러 왔는데, 기어가고 있는 거미를 발견했다. 카페 직원 분께 여기 거미가 있으니 내가 풀어주고 싶다는 말과 함께 컵을 빌려달라고 했다. 종이컵을 쥔 나는 거미를 나무와 숲이 많은 곳에 안전히 풀어줬다. 3월의 주말인 오늘은 오랜만에 날씨가 따뜻했고, 거미를 풀어주고 돌아온 내 커피 트레이엔 서비스 디저트가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