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시계태엽

이 또한 흘러간다.

by om maum

1년은 365일, 52주, 8,760시간이다. 시간은 정말 정직하고도 성실하게 흘러간다. 내가 기쁠 때나 힘들 때나 여지없이 흘러간다. 시간을 잡아두고 싶은 행복한 순간도 있고, 빨리 돌려버리고 싶은 괴로운 순간도 있다. 그렇게 한 시간, 한 시간이 모여 1년, 5년, 10년이 흘러간다. 지금 이렇게 글 쓰고 있는 이 순간도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


우연히 모교 대학 캠퍼스를 갈 일이 있었다. 10여 년 전 졸업한 캠퍼스의 모습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내가 살던 기숙사, 강의 듣던 강의실 모두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있었다. 대학생이 되어 첫 교양 수업을 들으러 가던 설레고 긴장되던 발걸음, 동기들과 웃고 떠들며 거닐던 캠퍼스, 시험기간에 밤을 새워 공부하던 도서관을 지나다 보니 잠시나마 대학생이 되는 시간여행을 했다. 그때 날씨, 기온, 함께 있었던 사람의 표정, 바람의 숨결까지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 당시 있었던 에피소드들도 생각나며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그러다 문득, 학교의 모습은 모두 제자린데 나만 10년이 지나버린 것을 자각하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러자 갑자기 공허함? , 세월의 무상함? 이런 것들도 몰려왔다.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나... 싶기도 하고 그동안 내가 이룬 것은 무엇인가 싶기도 하면서 앞으로의 10년도 이렇게 금방 가겠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이 순간 흘러가는 시간이 또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고도 무서운 것은 그 시절 내가 했던 선택의 결과들이 현재 내 삶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또 한 번 느낀 통찰이었다.

(이런 통찰은 옆에서 백번 얘기해 줘도 모른다. 자신의 가슴으로 스치며 느껴야 진정한 자신만의 통찰이 되는 듯하다.)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내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삶의 북극성이 되어야 한다. 매일 의미를 가지기 위해 대단한 자기 계발을 하고 노력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누워서 쉬는 것도 평소에 의미를 가지고 열심히 달려온 사람이라면 의미가 있는 쉼 일수 있다.

내가 쉼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도 모른 채 지루함을 견뎌내기 위해 시간을 때우는 것만큼 지옥이 없을 것이다.


군대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대기시간 또는 인터넷 접속이 느릴 때, 식당 줄 기다릴 때 등등...

1분 1초가 얼마나 지루하고 힘든가! 스마트폰의 의미 없는 웹서핑과 sns 염탐이 없다면 지루함은 몇 배가 될 것이다.

그렇게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시간을 때우기보다는 생동감 있는 하루를 보내다가 힘들고 지칠 때 가만히 누워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와중에 더 격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생각조차 멈춰버리는 쉼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쉼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내 의지와 마음을 의식하고 선택하여 충만한 하루를 만들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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