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가 없다?

저승 가는데 여비가 든다면....

by om maum

오늘도 역시 소파에 앉아 유튜브를 켜고 오감이 끌리는 대로 영상을 클릭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광고기획자 박웅현 님의 인터뷰가 유독 자극적인 썸네일로 시선을 붙잡았다.


‘삶은 의미가 없다’


과연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걸까.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해온 모든 노력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과정이었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기 위한 생각과 행동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삶에 의미가 없다니...‘그래,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 호기심과 약간의 저항감을 실어 영상을 클릭했다.


“생각은 질병이다”라는 말로 그의 이야기는 시작됐다. 인간은 뇌가 병적으로 발달한 나머지 미쳐버린 짐승이라고 표현했다. 충격적인 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뉘앙스가 어렴풋이 이해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그는 말했다. 태어난 것 자체가 행운이고, 살아 있는 그 순간이 이미 축복이라고.

그러니 생각이라는 끔찍한 질병에서 벗어나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말고, 삶 자체가 축제이니 온전히 즐기라고, 강아지나 고양이, 들판의 꽃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살겠는가. 그들은 그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존재 자체로 아름답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였다.

영상 속에는 그의 더 많은 철학과 가치관이 담겨 있었지만, 내 마음에 가장 깊게 스친 말은 아래의 두 문장이였다.


‘생각은 질병이다.’


‘삶의 의미를 굳이 찾지 않아도 된다.’


이 문장들을 혼자서 오래 곱씹어 보았다.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낳고, 비교를 불러오고, 감정을 요동치게 하며,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만들어낸다.
비바람을 막아줄 집이 있고, 오늘 한 끼 배부르게 먹을 돈이 있으며, 건강한 몸과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그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할까...

충만하게 살아가는데 고급 주택이나 고급 승용차는 필수 조건이 아니다. 가지지 못한 것에 부족함을 느끼며,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그 속에서 열등감에 잠겨 사는 일은 너무도 어리석고 한심한 일이다. 저승 가는 데는 여비가 필요 없지 않은가...


물론 더 많은 부를 쌓고,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욕망은 인간에게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욕망을 모두 버리고 승려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욕망을 채우기 위한 노력은 하되 그것이 삶의 전부인 양 집착하지 말자는 것이다. 하루하루 살아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의미 있는 축제라면,

열심히 살다가 얻게 되는 부와 명예는 그저 ‘덤’ 일뿐이다. 그 덤이 없다고 해서 삶의 의미가 사라지거나, 인생의 패배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영상 중간에 소개된 천상병 시인의 이야기는 또 한 번 마음을 울렸다.
그는 동백림 사건에 휘말려 전기 고문을 당하며 건강을 잃었고, 이후에도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평생을 힘겹게 살았다. 그런 삶 속에서 그는 '귀천'이라는 시를 남겼다.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살다 보면 힘든 날도 있고, 행복한 날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을 하나의 소풍처럼 살아내고,

이 삶을 끝내는 날 “아름다웠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p.s. 서울 인사동에 있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 전통찻집 방문을 추천한다.
차도 맛있고, 시인의 흔적과 그를 사랑한 사람들의 메모를 통해 '귀천'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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