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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과 절제 사이 Nov 07. 2016

온전하게 미련 없는

사랑을 하는 소소한 방법

8년 전쯤, 어느 인터뷰 자리에서 한 극작가님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여자분은 누군가의 인터뷰 자리에 잠깐 다녀가시던 것이었기에 이름도, 작품도 기억은 나지 않지만 꽤나 유명하신 분이셨던 걸로 기억을 한다.


하지만 떠오르지 않는 그분의 이력과는 달리, 선명하게 떠오르는 아우라와 말투는 지금도 과거로 이끌리듯 생생하다.


잠깐의 마주침에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 보이던 누군가에게

툭- 하고 던져놓고 간 한 마디.


오늘은 제가 당신을 좋아하지만,
 내일은 싫어하게 될 수도 있어요.


무척이나 낙천적으로 보이던 그 극작가님이 별 것 아닌 걸로 어떤 남자분에게 짓궂게 장난을 치자 상대방은 또 그런다는 듯 그만하라는 시늉을 했고, 극작가님은 그런 상대방의 태도에 서운했는지 아니면 평소처럼 짓궂은 장난의 연결인지는 모르나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며 심오한 말을 남기고 가셨는데 그 말은 그 옆에 있던 나에게 박히게 되었다.

이 말이 어느  영화의 대사인지, 책 속에 나오는 것인지, 그분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나에겐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었다.


오늘은 내가 당신을 좋아하지만 내일은 싫어할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지금처럼 웃으며 장난치는 일이 내일은

그 당사자가 그만하고 싶어 져서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왠지 사랑을 받는 사람보다 사랑을 주는 사람이 더 우위에 있는 듯한 강렬한 느낌.

꼭 혼자 하는 사랑도 나쁘지만은 않네. 자기 마음은 자기 것이니 언제든 뒤돌아설 수 있다는 그 흔한 말을 이렇게 멋지게 할 수 있다니.

그렇게 그 말은 내 마음속에서 몇 년이 지나도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비슷한 구절...




언젠가는 미워지리라는 생각으로 사랑하라.

언젠가는 사랑하리라는 생각으로 미워하라.


책, 달팽이 편지 중에서 -





온전하게 미련 없는 사랑을 하는 법!

그것은 그 사람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

혹시라도 내일 그대가 싫어질지라도

후회 없게! 미련 없게!


내가 더 사랑하는 것만 같아서 속상해하지도,

자꾸 더 깊어지는 마음에 두려워하지도 말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진심을 다해 사랑을 하는 것이

동시에, 나 자신도 사랑을 해주는 방법이 아닐지...


집착 없이! 의심 없이! 그 사람을 믿어주며,

나만큼 표현해달라고 사랑을 강요하지 말고 그렇게...


내 마음 뚝떼어 주어도 아깝지 않은 그대라는 사람이

곁에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해하며...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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