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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언명 Apr 22. 2022

나는 미국 대학 꼭 갈래요.(1)

1. 오늘 우리 아이는 행복한가요?


"엄마! 나는 미국 대학 꼭 갈래. 넓은 세상에서 공부할 거야. 나중에 다시 한국 오더라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어."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초등학교 4,5학년 때부터 인 것 같다. 마리아는 미국으로 대학을 가기를 간절히 원했고, 수시로 나에게 저 말을 하였다. 그러면서 미국 대학 학비가 비싸니 엄마 한의원이 더 잘 돼야 자기가 미국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때 일반적인 어린아이들이 막연히 대통령 되고 싶다, 과학자 되고 싶다면서 자기의 희망사항 말하는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저런 말을 했을 때 " 그럼 마리아는 충분히 할 수 있어. 엄마도 돈 많이 모아 둘께."라고 대답을 했었다.

마리아는 어린 시절 미숙아로 태어났고, 소화기 호흡기가 모두 약해서 밥도 쥐똥만큼 먹고, 수시로 고열이 잘 나곤 했다. 1.9kg으로 태어나서 돌 때 8kg밖에 되지 않아서, 몸무게가 좀 더 늘어난 18개월이나 되어 돌사진을 찍었었다. 초등학교 때는 뇌 수막염을 2번이나 걸릴 정도로 허약한 아이가 미국 대학 진학을 꿈꾼다고 말해도 정말 그건 어린 시절 아이들이 현실을 모르고 내뱉는 상상의 말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마리아는 구구단을 정확히 이해는 하고 있었지만, 담임 선생님이 초스피드로 내주는 쪽지시험은 번번이 40점 50점을 맞아왔다. 나는 그때도 반절이나 맞았네라며 칭찬해 주었다.(물컵에 물이 반 있을 때 반이나 없네, 반이나 있네처럼 긍정적인 답변으로)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엄마인 나를 소환 시켰다. 그 선생님은 초등학교 수학 참고서를 집필하고 후에 젊은 나이에 장학사가 되신 유능한 교사분이셨다. 선생님이 나에게 수학기초인 구구단을 모르고 중학교 들어가면 반드시 학업 부진아가 될 거라면서 학습지를 시키거나 학원을 다니게 권유하셨다.

나는 선생님에게 마리아가 초등 졸업 전에만 구구단 알면 된다고 생각한다. 몸이 너무 약해 공부나 사교육 못 시킨다, 우리는 마리아에게 학업적인 부분은 강요 안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구구단을 정말 모르는 게 아니다 개념도 모두 알고 있고 천천히 해보라 하면 다 안다. 단지 빨리빨리 푸는 것만 연습이 안 되어 있어서 부모인 우리는 걱정 안 한다는 취지로 말씀을 드렸다. 혹시라도 기분이 나빠하실까 봐 정말 조심조심 말씀드렸다.

사실 선생님은 조금 불쾌한 기색이 얼굴에 비췄지만 애써 참으시면서 알겠다 하셨다.

그 선생님의 예언은 여지없이 틀렸다. 중학교 가서 수학은 거의 백 점 가까이했고, 지금 대학교 4학년인 마리아는 수학을 제일 좋아한다. 미적분뿐 아니라 대수학도 좋다고 하니, 어린 시절 구구단 40점 그까지 것 별일도 아닌데 말이다.

(현재의 성적이 영원한 성적이 아님을 엄마들이 꼭 알아야 한다. 재미와 관심이 있으면 어느 날 아이들은 영재 천재가 순식간에 된다.)

사실 그때도 지금도 대부분의 엄마들은 시험에 낮은 점수를 받아오면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학습지, 학원, 과외 등등을 찾아서 더 하게 한다. 과연 그게 아이들이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것인지 되 집어 봐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때 마리아는 몸이 너무 약해서 4학년 때까지는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번씩만 하는 동요교실, 미술과외 했었고, 매일 가는 동네 주니어랩 영어 학원을 3학년 때부터 다녔다. 내가 여기 아이들 보낸 이유는 숙제를 집에 들고 오지 않는 학원이기 때문이었다.

아주 짧은 40-50분의 시간만 매일 가는 학원인데 영어의 4가지 영역을 모두 가르치면서 학원 안에서 모든 공부를 마치는 시스템이었다. 절대로 학원숙제를 집으로 가지고 오지 않는 시스템이였다. 항상 바쁜 내가 저녁에 쉬지도 못하고 아이들 숙제 봐주는 게 정말 싫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직장 다니는 엄마와 저녁때는 그날 있었던 일 이야기하고, 맛난 거 먹고, 같이 티브이 시청하며 노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 시절 마리아의 친구들은 학교를 마치고 공부방이나 학원 한두 시간, 태권도, 피아노, 미술 등등의 예체능 학원에 논술과 글쓰기 독서 관련 과외까지 받았던 것 같다.

학교 마치고도 대부분 2-3시간 정도 사교육을 했던 것이다. 또 주말에는 역사탐방이다 캠프다 하면서 팀을 짜고 버스를 대절해서 노는 것 같은 공부들을 하곤 했었다. 마리아가 몸이 약하고 자주 감기가 걸리니 나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보낼 마음이 들지 않아 일절 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오후 시간에 학원을 다니니 마리아는 정말 정말 심심했었던 것 같다.

2학년 담임 선생님이 독서의 중요성을 말씀해 주셨는데, 그 이후부터 마리아는 하굣길에 매일 학교 도서관 책을 2,3권 혹은 4,5권씩 빌려와서 읽곤 했다. 가끔 사서 선생님이 주신 간식을 들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마리아가 다닌 초등학교는 매달 학교 알림 편지 같은 것을 발행하는데 학년별 이달의 독서왕 이름이 올라가는데 몇 년간 마리아가 자기 학년의 독서왕에 매달 이름을 올렸다.

4학년인가 5학년일 때 사서 선생님한테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것도 마리아가 아니라 마리아 엄마에게 주시는 편지였다. 자기가 사서 생활 20년 이상하면서 학교 도서관 책을 2,3년 만에 모두 읽은 아이는 처음 본다. 그래서 마리아가 좋아할 책들을 신규 구입하게 학교에 신청했다. 이렇게 훌륭한 아이의 부모님은 어떤 분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자기가 사서 선생님 하면서 마리아 같은 학생 때문에 보람을 느낀다.라는 요지의 편지였다.(편지 원본은 어디론가 사라진지 오래라 기억에 의거해 적었다.)

그 편지를 받고 나도 정말 감동되어 답장을 해드렸었다. 아무튼 마리아 덕분에 내가 너무나 훌륭한 엄마로 변신된 순간이었다. 사실 나는 아이가 약하니 사교육을 최소한으로 시킨 거고, 마리아는 스스로 심심한 시간에 책을 선택한 것일 뿐인데 말이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결론을 놓고 보면 몸이 약했던게 결코 나쁜 일이 아니였던 것이다.

두 아이 친구들 중 초등학교 때 끝내주게 날리던 아이들인데도 대학 진학에 불만스럽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본다. 속된 말로 초반 끗발 좋다고 끝까지 끗발이 좋다는 보장이 있을까. 육아도 인생도 끝까지 살아봐야 아는 것이니, 초반에 잘된다고 김칫국 마시지 말고 겸손하게 살아야 함을 아이들 성장을 지켜보며 배운다.

초등학교 때는 중학교 고등학교 가서 학습의 기초를 다지는 시기면서 단체생활의 기본 예의범절을 익히는 곳이라고 생각된다. 초등학교 때 전교 1등 한 것, 시험에 올백 한 것 대학교 입학 때 들고 갈 수도 없는 자료들이다. 그 시절은 그냥 잘 놀고, 예체능 중 관심 가는 것 배워두거나 책도 관심가면 읽어둔다면 그게 훨씬 인생에 도움이 되는 시기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유치원 때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미술관, 박물관, 고궁이나 유적등지에 여행 엄청 데리고 다니는 부모님들이 계신다, 아이들 성인 되어서도 어릴때 간 곳 얼마나 기억할까 싶다.

몇년전 울 아이들 둘이서 20대가 되어 베니스 피렌체를 두 남매가 같이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관련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미 역사나 여러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다녀오니 아이들이 더 많은 것들을 마음속에 담아 오곤 했다. 견학, 여행 이런 것들 좀 나이들어서 가는게 좋다고 생각된다. 초등 입학 전 다녔던 여행들은 두 아이 모두 전혀 기억을 못 하고 사진을 보면 이런 적이 있었구나 말한다.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의 뇌가 행복할 수 있도록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시절에 엄마로써 내 마음이 평화로웠던 건 절대 아니다. 옆집 순이는 과학대회 수상했어, 앞집 철수는 올백 맞았어. 이런 이야기 들리면 울 애들도 똑똑한데 에잇 나도 내일부터 과외를 시켜 말아, 이 작은 도시에선 일 년에 서울대 한두 명도 못 보낸다던데 수준이 낮은가? 목동 강남으로 이사 가야 하나? 등등 별별 상념이 들었었다. 나도 인간인데 질투의 DNA와 경쟁의 DNA가 왜 발동하지 않았겠는가? (목동 강남 이사안간건 잘 한 일인듯, 거기 갔으면 우리 아이들 비교를 엄청해서 내가 열 받았을지 모름)

지금 내가 이런 교육 글을 쓴다고 젊은 시절 내가 초지일관 내 교육관이 뚜렷한 엄마는 아니었음을 알아주길 부탁한다. 항상 갈등과 고민의 연속이었고 불안했다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장담할 수 있다. '스티븐 코비의 7가지 법칙' 책에서 중요한 순위를 정해두고 중요한 것부터 하라는 말이 나온다. 나는 이 말에 충실했고, 나의 욕심을 버리려고 노력했었다. 즉 나에게는 제일 중요한 게 두 아이의 건강 + 나의 삶의 질이었다.

사교육을 많이 하고 내가 저녁마다 아이들 공부를 봐준다면,,, 만약 그렇게 지냈다면 나나 아이들이나 엄청 스트레스 받고 관계도 나빠졌을 지도 모든다.

그래서 사교육을 아이들이 원하는 경우에만 꼭 필요할때 했었고, 아이들도 즐겁고 나도 즐거운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했던 것이다. 쌍방이 행복한 방향으로 선택을 했더니, 덤으로 스스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나에게 와준 것 같다.

가끔 엄마 아빠가 머리가 좋으니 아이들이 잘하겠지요?라고 반문하는 분들이 계신다. 일일이 실명을 열거할 수는 없지만, 내 주위에 부모님은 엄청 학벌도 좋고 머리도 뛰어나지만, 아이들이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모가 퇴근 후 집에 가서 B 사감처럼 숙제 다했으니 책가방 챙겼니, 오늘 시험 몇 점이니 등등 점검을 한다면 아이들 마음이 어떨까?

반대로 우리가 퇴근했는데 내 부모가 오늘 직장에서 실수 안 했니, 일은 제대로 잘 처리했니, 누구랑 문제 있었니? 등등을 꼬치꼬치 묻는다면.... 아~ 빨리 독립해야겠다는 생각만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아이들을 우리의 소유물로 우리의 만족을 충족시키려는 도구로 생각하는 마음을 쫘라락 버리길 부탁드린다.

가끔 B 사감 형 부모님들이 아이가 공부 좀 잘하게 한약 지어달라고 오시면, 아이 진찰이 끝난 후 아이를 내보내고 부모님들한테만 조용히 말씀드린다.

" OO를 옆집 아들딸이라 생각하세요.

옆집 어린아이들한테 공부해라 씻어라 밥 먹어라 그런 말씀하실 수 있으세요?

그냥 우리 새끼 밥 잘 먹고 착하면 되는거죠.

아이에게 오늘 하루 행복했니? 오늘 제일 좋았거나 즐거운 일은 뭐가 있었니?

라면서 OO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세요.

그게 그 어떤 총명해지는 보약보다 아이큐 높여주는 일이랍니다. "라고 조언을 드린다.

이 멘트는 내가 그간 읽은 심리 교육 관련 책들에서 배운 것이다. 꽤 도움이 많이 되니 오늘부터 활용해 보시길 바란다. 특히 "오늘 행복했니? 오늘 제일 좋았거나 즐거운 일은 뭐가 있었니? " 이 말을 자주 자녀들과 해보길 부탁드린다. 그렇게 한다면 분명 수다쟁이 자녀들이 우리에게 오게 될 것이다.

내일은 마리아가 중학교 들어가서 부터 이야기를 해주겠다.

PS: 우리 아이가 독서왕입니다. 그런데 구구단 40점입니다.

그럼 여러분은 괜찮다 하실지? 책 그만 읽어라 말하고, 학습지나 수학학원 보내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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