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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언명 May 13. 2022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최고의 비법


더위를 많이타는 나는 독서실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공부하면 답답하다. 시원하고 넓은 공간에서 공부해야 공부가 매우 잘 된다. 학창 시절 도서관에 가면 칸막이 없는 큰 책상 놓인 곳에서 공부를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등교 전이나 하교 후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다. 집에서도 방에서 하기 보다 거실에 작은 독서 테이블을 놓고 주로 공부한다. 환하고 밝고 공기 순환이 잘되는 곳에서만 공부가 잘된다.


아들 바오로도 나를 닮은 듯하다. 밀폐된 공간이나 답답한 곳에서는 공부가 잘 안된다고 한다. 다른 점은 나는 조용해야 공부가 잘되는데, 바오로는 너무 조용하면 잡생각이 들고 오히려 공부도 안된다며, TV 켜거나, 음악이라도 들려야 공부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집에서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은 가끔 모의고사 풀 때뿐이고 늘 소파나 바닥에서 뒹굴뒹굴하면서 공부를 했다. 가끔 남편이 이런 아들을 꾸짖으려 하면 내가 '바오로는 이렇게 해야 공부 잘된다니 그냥 두세요.'라며 말리곤 했었다. 소파에서 중간 기말 공부를 뒹굴뒹굴 누워서 해도 중고등시절 늘 좋은 성적을 받았다.


딸 마리아는 바오로와는 정 반대 스타일이다. 무조건 자기 방문 꼭 닫고 책상에 앉아서 조용한 상태에서만 집중이 되고 공부가 잘된다고 한다. 간혹 늦게 퇴근하는 남편이 거실에서 시끄럽게 하면 공부가 안된다고 TV 끄라고 난리가 난다. 그래서 TV 소리를 블루투스 스피커로 듣곤 한다. 아빠들의 딸 사랑이 유별나니 그렇게 딸에게 맞춰주었다. 남편 눈에는 자기 맘에 들게 공부하는 딸이 분명 더 이쁘게 보였을 것이다. 마리아는 마리아에게 적합한 방법으로 공부해서 원하는 성적을 받았었다.


나는 눈으로 지식을 습득하면 이것을 다시 누군가에게 설명해 주면서 내 머릿속이 정리되고 잘 외워지는 편이다. 필기를 해야 잘 외워지기도 하는 편이다. 마리아는 필기를 해야 잘 외워진다고 꼭 하는 편이다. 그러나 바오로는 절대 필기를 안 한다. 가끔 아주 중요하다는 것만 교과서에 써놓기는 해도 노트 필기는 잘 안 한다. 내가 바오로에게 필기하라고 강요했다면 아마 공부안했을지도 모른다.

같은 가족이라도 이렇게 공부하는 스타일이 각양각색이다. 그러니 이 많은 지구인들은 저마다 얼마나 더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할지 가늠이 안된다.


내가 우리 가족의 공부하는 스타일을 말한 이유는 한국의 부모님들은 대부분 책상에 딱 붙어 앉아서 집중해서 몇 시간씩 공부해야 진짜 공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도 있고 안 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면 자녀들 이해도가 높아지고 집안에서 서로 다툼이 사라질 것이다.

우리 부모들은 마음과 시야를 넓게 가지고 아이들이 어떨때 더 집중이 잘되고 공부를 잘하게 되는지 잘 살펴보아야한다.


성적이 매우 좋은 소음인 고3 학생이 엄마와 같이 진료를 받으러 왔다. 이 학생은 저녁 야자 마치고 집 오는 길에 농구를 30분에서 1시간을 하고 귀가하곤 했다. 엄마는 고3인데 공부 성적이 떨어질까 걱정되어 학생을 진료하기 전 나에게 운동 금지를 부탁했었다. 학생을 진찰하고 상담을 해보니 이 학생은 몸이 좀 찬 체질의 소음인이라 운동하고 나면 더 몸이 따뜻해지고 기운이 나서 집 갔을 때 조금이라도 더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운동을 안한 날은 그냥 지쳐서 자게 되었다고 한다. 당연히 이 학생은 운동을 하는 것이 학업에 매우 도움이 되는 되니 계속하게 해야만 한다.


또 한 학생은 활발한 소양인이었다. 그런데 엄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착한 성품이라 부모님 하라는 대로 하는 편이였다. 하루 공부시간을 물어보니 저녁에 2,3시간은 책상에 앉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엄마가 십분도 못 있고 물먹으러 나오고 화장실 가러 나오고 맨날 들락날락한다며, 그래서 공부가 되겠냐고 푸념을 하며 집중 잘 되게 한약을 지어 달라고 하셨다. 학생에게 솔직히 2,3시간 앉아있으면 30분 뒤부터 공부 안되지?라고 물으니 눈이 동그랗게 되면서 어떻게 아셨냐며 신기해했다. 소양인들은 머리는 매우 좋지만 장시간 지루한 공부를 하라고 하면 집중을 잘 못한다. 그래서 고등학생 정도면 30분 단위로 공부를 해야 하고, 장소도 환기가 잘되고 넓은 곳에서 공부해야 집중이 잘 되는데 부모님이 예전 당신들의 공부법만을 고수해서 아이가 답답해하는 경우였다. 이 학생에게 해준 처방은 20-30분만 공부하고 10분이상 쉬는 것과 집에서 공부잘되는 장소를 찾아서 공부하라고 했다.


이 두 가지 경우를 보더라도 부모가 자녀들을 키우면서 우리 아이들이 어떤 성향이고, 어떨 때 공부나 기타 다른 것들을 잘하고 행복해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힘든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우리가 해왔던 대로 아이들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 여기고 있다.


살짝 상황을 바꿔서 생각해 보자, 지금 586세대들이 10대 20대에는 겨우 286 컴퓨터만 나온 시대였고, 음악도 라디오나 테이프나 음반을 사야 들을 수 있는 시절이었다. 문서도 직접 손으로 써야 했고, 책도 종이로 된 것만 보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모든 것인 전산화가 되었고, 이제는 AI 시대라며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변화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예전 공부법 만이 모두에게 잘 맞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는 책상에 앉아서만 공부하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본다. 개개인의 체질과 성향에 따라 좀 더 능률적으로 공부하는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어떤 아이가 답답한 실내 꽉 막힌 곳에서 공부가 힘든 성향이면, 일반고를 가서 편하게 학교를 다녀야 한다. 기숙사 학교에 보내면 이런 아이들은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또 거실에서 뒹굴뒹굴하면서도 잘 외워지는 아이한테 책상에 앉아서 공부 안 한다고 야단 쳐보자. 그 아이가 책상에 앉아서 공부가 되겠는가? 절대 안 된다고 본다.


바오로는 학습지를 무척 싫어했던 아이였다. 그래서 조금 하다가 과감히 끊었다. 그런데 마리아는 학습지를 좋아했다. 글쓰기 맴버 중에 어떤 작가님이 학습용 패드 구입 후 아이가 잘 하지 않아서 환불하며 많이 손해 봤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돈은 아깝지만 그 돈은 우리 아이가 이런 거 싫어함을 알게 해준 수업료라고 볼 수 있다. 비싼 비용이지만 부모교육비였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덜 속상할 것 같다.

이 작가님처럼 이렇게 과감하게 아이에게 맞지 않은 것은 끊어주어야 한다. 돈 아까워 계속하다가는 아이가 스트레스로 다른 더 즐거운 것들을 놓치고 구독 기간 동안 행복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부모님들에게 내가 좋았다고 내 아이에게 권하는 부모가 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내가 좋아서 권한 것도 아이가 해보니 좋은지 싫었는지를 꼭 물어보고 아이에게 맞게 해야 한다.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하면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전 우리의 기준으로 모두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기준을 버리고 아이 한 명 한 명 맞춤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잘 맞는 공부 방법을 찾아가길 부탁드린다.


어차피 공부는 어렵다. 즐거워서 공부하는 사람은 몇 안 된다. 힘든 노동과 비슷한 공부를 아이들이 조금은 더 행복하고 즐겁게 하려면 부모들이 더 넓은 마음과 큰 안목을 가지고 아이들 개개인에게 맞춰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부모와 아이가 모두 행복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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