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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언명 May 18. 2022

독서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비법

지속가능한 독서를 위하여

한의원에서 독서 조회를 시작한 지도 2년 가까이 되었다. 그동안 2~3개월 정도에 한 권씩 책을 읽었으니 일년이면 거의 5~6권 정도를 읽는 셈이다. 독서 방법은 읽을 책을 정하고 매주 30-40페이지 정도 읽어 온후 월요일 아침마다 좋았던 구절 이야기도 하고 깨달은 점도 말하고 매우 자유롭게 이야기를 한다.


최근 읽은 책 중에는 무루 작가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가 무척 인상적이였다. 무루 작가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 안내자이다. 동화책, 그림책의 내용으로 삶에 대한 고찰을 적었는데 매우 느끼게 하는 바가 많은 책이다. 간호사들과 나이들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도 이야기 나누고 좋은 시간을 가졌었다.


독서 조회를 시작하기 전 간호사분들에게 일 년에 책을 몇 권 읽는지 물어보았다. 모두 대답하기를 주저주저하셨다. 그만큼 우리가 책과는 담을 쌓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주 최소 분량으로 매주 읽어오니 부담 없이 독서 조회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2년 이상 하는데도 그만하자는 말을 아무도 하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책 선정을 내가 전부 했었는데 지금은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책을 선정한다. 본인이 읽고 싶었던 책이나 읽었는데 좋았던 책 중에 장르 불문하고 선택한다. 자기 선택권을 주었더니 더 열심히 참여하고, 이렇게 했더니 매주 월요일 아침이 더욱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또 서로의 생각을 나누니 간호사분들과 더 친해지게 되었다.


아침 조회에서 이것저것 잘했다 못했다 평가하고 지적하는 조회보다는 훨씬 좋은 것이다. 그리고 책을 출근 직전에도 읽고 올 수 있을 만큼 작은 분량으로 읽고 조회를 한 것도 독서 조회가 지속되게 했던 비법이었다. 매주 백 페이지 이상 읽거나 한 권 다 읽게 했다면 모두 이거 하지 말자고 했지 싶다.




이제  우리 아이들이 책 잘 읽는 아이가 되게 하기 위해 했던 방법을 이야기 보겠다. 

내가 했던 이 방법들이 반드시 모두에게 통용된다 할 수 없더라도 몇몇 방법은 분명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읽으시는 분들 중에 스스로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취하시면 될 것 같다.


1. 자기 연령보다 쉬운 책 읽기
2. 글자보다 그림이 많은 책 읽기.
3. 좋은 책이나 좋아하는 책은 반복해서 읽기.
4. 만화책도 콘텐츠가 좋으면 반드시 읽기.
5. 책을 많이 읽으면 충분한 보상을 하기.
6. 집에 책 읽기 편하게 가급적 많은 책상을 두기
7. 주위에 손만 뻗으면 책이 있게 하기.(청소는 잠시 포기하더라도)
8. 부모도 열심히 책 읽기.
9. 내가 먼저 책 읽으라고 절대 말 안하기.
10. 책 읽은 후 열심히 책 내용과  연관 내용들을 함께 수다 떨기.


먼저 자기 연령보다 쉬운 책 읽기를 이야기해보겠다.


큰아이와 둘째 아이는 4살 터울이었다. 초등학교 2,3학년 일 때도 유치원생 동생의 동화책 중 위대한 탄생 백 권을 자주 여러 번 읽었었다. 4학년 정도까지 이렇게 했더니 어느 날 아들이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작년에 읽을 때랑 느낌이 많이 달라. 올해는 이 부분에서 이런 생각이 들어."라고 말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맞아 이런 독서를 해야 하는 것이다 라고 말이다.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고 다른 생각들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것을 아들이 알게 된 것이니 정말 기뻤다.


공부를 위한 독서, 강요받는 독서는 절대 아이들 머리에 남아있지 않는다. 나의 어린 시절도 생각해 보면 숙제로 했던 독서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좋아서 열심히 읽었던 계몽사 빨강 동화책 중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는 정말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재미있고 좋아하고 쉬워야 지속 가능한 독서가 되고 잘 기억하는 법이다. 그리고 자기 연령보다 쉬운 책을 읽는 것이 독서에 대한 부담이 확 줄게 되어 아이들을 책을 더 사랑하게 된다.




큰아이는 중학교 사춘기 시절에 책과 멀어지고, 고등학교 때는 입시 부담으로 책과 멀었지만 대학생이 된 이후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엄청 열심히 읽었다. 그중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한국에 출간된 거의 모든 책을 다 읽었으니 말이다.

둘째는 워낙 범생이 스타일이고 성인이 되고서도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은 열심히 읽는 편이다. 오늘도 방학 때 읽다 두고 간 비혼수업 책이 책장에 있는 것을 보고, 나도 한번 읽어 보아야겠다 생각했다.


아이들 초등학교 때 주위 다른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는 300페이지 짜리 책을 읽어요, 백범 일지를 봐요, 총균쇠를 읽는다고 자랑을 했었다. 물론 그 아이가 엄청 특출해서 그 책들을 잘 이해하고 읽었을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연령에 맞거나 조금 쉬운 책을 읽는 게 아이들에게는 훨씬 책 읽기와 친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가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어렵고 두꺼운 책들을 만날 것이다. 그러니 초등학교 시절에는 좀 더 자유롭고 편하고 즐겁게 지내는 것이 아이들 행복에 좋다고 생각된다.


나도 한의대 다니면서 양적으로 어마어마한 공부를 좀 해보았고, 두꺼운 전공서적을 다 읽느라 날밤을 새워보았다. 결국 공부도 독서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노동이다. 이왕 하는 노동 조금 더 내가 좋아하고 즐거운 것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책 읽기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좋아하게 하려면 쉬운 것부터 하고 조금씩 하게 하라고 강력하게 권한다. 우리가 피아노나 운동이나 다른 악기를 배울 때를 생각해 보면 아주 쉬운 것부터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어려운 단계로 올라간다. 그래야만 질리지 않고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말 지혜로운 부모님들은 내가 사용했던 이런 방법을 사용해 보길 권한다. 분명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PS. 어른들도 일이 노동이면 힘들다. 일이 놀이가 되면 더 즐겁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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