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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언명 Jan 03. 2023

어덕행덕

[100-3] 백일백장 글쓰기 9기


어덕행덕~어차피 덕질 할거 행복하게 덕질하자의 줄임말

퇴근 준비를 막 하는 중인데 핸드폰 화면에 M언니 전화가 떴다. 전화를 받자마자 조금은 흥분하고 들뜬 목소리로 말하였다.

“ 나 방송대 중문과 입학원서 다 넣었어요. 며칠 뒤 합격 발표래요. 나 어떻게 공부하는지 좀 가르쳐 줘요.”


M 언니를 알게 된 것은 작년 중국어 학원 회식 때였다. 오십중반의 나이에 왜 중국어를 배우냐고 여쭤보니 2021년 “친애적 열애적”이라는 중국 드라마를 보고 주인공인 이현(李現, 리시엔) 배우에게 푹 빠져서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어 학원에 오게 되었다고 말해다.


이 언니 열정이 얼마나 많은지 그 하기 어렵다는 중국 배우 한국 팬클럽에도 가입하고, 한국 팬클럽 분들이 이현의 생일파티에도 참석하였다. 오십 중반 이 지나서 용감하게 덕질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덕질~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 


얼마 전 본 웹툰 “펜인데 왜요”에는 우리보다 더 나이 많은 70대 주인공 할머니가 아이돌 팬이 되어 덕질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평생을 가족들 자식들 위해 자기가 없는 삶을 살았던 분이 노인 우울증으로 우려되는 상황이 되셨다. 어느 날 아이돌 그룹 '라이트'가 부르는 '어른 아이'라는 노래에 자기의 삶이 감정 이입되면서 펑펑 울고 힐링 받은 후 '라이트'의 팬이 된다. 그 후 같은 동네 초등학생 덕친 덕에 덕질을 위해 사용하지 않던 스마트폰 사용법도 익히고, 직접 만든 라이트 인형을 SNS 통해 나눔을 하고, 공연 티켓을 구하기 위해 피케팅의 세상을 경험하러 피시방까지 가는 등 70대가 경험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아주 재미나게 전해준다. 물론 가족들이 모두 할머니를 이해해 주지는 않지만, 70대에 가슴 설레고 기쁘고 그것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배울 힘을 얻는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793072

      

M언니나 웹툰 주인공 할머니나 연령 불문하고 세상 모든 덕질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인 것이다.


M 언니에게 중국어 학원 회식 때 방송대 중문과 입학해서 중국어를 공부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었다. 그리고 나는 까마득하게 잊어 먹고 있었다. 전화가 와서 무지 기쁜 목소리로 원서를 넣었다고 말했다. 언니의 목소리에는 기쁨과 설렘이 가득 담겼다. 나는 물론 흔쾌히 날 잡아 다 알려주겠다고 말씀드렸다. 이제 언니가 중국 SNS나 웹사이트에서 좋아하는 이현의 소식도 바로 보고 동영상도 바로바로 듣고 이해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오십 대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덕질을 하고, 덕질이 발전되어 중국어도 배우고, 급기야 방송대 중문과까지 입학하는  M언니! 당신 정말 멋진 분이십니다.


어덕행덕 + 자기계발 = 행복한 인생

이 공식도 어느 정도는 성덕의 길로 가는 지름길 같다. 꼭 연예계 덕질이 아니더라도 뒤늦게 배운 예체능으로 훌륭하게 된 분들의 예는 엄청나게 많다.

늦은 나이에 소설가, 화가 된 분들이 있고, 아침 방송에 늦게 시작한 운동으로 머슬마니아 되어 대회 입상한 분들의 이야기도 들린다.

어느 분야의 덕질을 하더라도 그게 내 가슴을 뛰게 하고 설레게 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즐거울 것이다. 원래 인간은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태어나고 사는 것 아니겠는가!


같이 덕질하고 같이 중국어 공부하는 M언니를 만난 것은 나에게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된다. 나도 한때는 가족들이 중국어 그만 듣고 싶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중국 영화와 드라마와 문화에 심취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맘 편히 수다 떨 친구가 생겼으니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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