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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언명 Jan 04. 2023

전화를 기다리며

[100-4] 백일백장 글쓰기 9기



대학교나 대학원의 합격자 발표는 각 대학 입학 게시판에 가서 수험번호를 누르면 바로 합격 불합격을 알 수 있다. 최초 합격자가 등록을 하지 않아 결원이 생기면 추가 합격자가 생기게 된다. 이때는 대학들이 대부분 추가 합격 발표일을 1차, 2차.. 등등 정해두고 전화로 개별 연락을 한다.


오늘 아들이 원서를 넣었던 대학원 1차 추가 합격 발표일이다. 예비 3번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연락을 올 거라 생각된다. 그래도 아침부터 살짝 심쿵 심쿵 하며 전화를 못 받을까 싶어서 긴장이 된다. 대학들은 학생 본인 전화나 부모 전화로 3번 연락해서 연결이 안 되면, 그다음 예비후보한테 입학 연락이 넘어간다.


핸드폰을 평상시 일할 때 웬만하면 무음으로 해두고 카톡만 컴퓨터에 펼쳐서 보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음량 최대로 해두고 추가 합격 연락을 기다린다. 아들의 일 년간의 수고의 결과를 알리는 전화라 무척 기다려진다.


벌써 10시 인데 아직 전화가 없다. 공지에는 9시-5시 사이에 전화한다고 했으니, 그 사이 언제 올지 몰라 하염없이 전화기만 쳐다보고 있다. 더더군다나 아들이 지금 잠시 해외 있어서 혹 자느라 전화 못 받으면 나에게 연락 올 거라 책임감이 더 막중하다.


무언가 기한이 있어서 그 날짜에 다 해야 하는 것도 긴장감을 주는데, 이런 전화 연락을 기다리는 것도 심장이 쫄깃쫄깃하다. 사는 동안 많은 시험과 많은 인생의 사건을 겪으면서 긴장감과 심쿵 하거나, 심장 조이거나, 심장 쫄깃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 많은 일들이 인생이라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나 아기자기한 장식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장식하더라도 모든 크리스마스트리는 이쁘고 멋지다.


오늘 또 내 인생과 아들의 인생에서 작은 장식품 하나 이쁘게 달리는 날이다. 이날이 자주 기억날 것 같다.

정말 전화 빨리 왔으면 좋겠다.

성격이 급한지 기다리는 건 영 체질에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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