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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언명 Jan 05. 2023

서윗한 아들

[100-5] 백일백장 글쓰기 9기


서윗하다~ 스위트하다, 즉 자상하고 친절한 사람을 일컫는 단어의 경상도식 발음


어제 아들의 로스쿨 합격 소식을 듣게 되어 오늘은 기쁜 마음으로 아들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동안 나의 블로그에도 바오로 이야기를 많이 적었지만 오늘은 특별히 서윗한 아들에 대해 적어보겠다.


바오로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정말 맛나게 잘 먹어주는 아이이다.

그리고 여행을 좋아한다. 아마 지구 2바퀴는 거리만큼 전 세계를 여행했을 것이다.

외국어도 잘한다. 영어도 잘하고 스페인어, 이태리어, 중국어도 한다. 대학 때 교양으로 라틴어 희랍어도 배웠고, 일본어도 아주 조금 한다.

해외에선 천주쟁이, 국내에선 헐렁한 신자이며, 어둠의 성가대를 자청하고 있다.

노래도 곧 잘한다. 어릴 때 학생 성가대도 하고 학교에서나 모임에서 자주 독창도 하고 노래방 가는 걸 좋아한다.

항상 즐겁고 행복한 편이다. 인생 심각하게 걱정 안 하는 것 같다.(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ㅎ)

잔정이 많다. 특히 엄마가 2021년 아픈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본 이후로 엄마를 더 살뜰히 살핀다.

친구가 많고 어디 가나 인싸가 된다.

예의 바르고 푸근해서 항상 어른들이 좋아한다.

너무 자랑만 한 것 같은데 아이 프라이버시가 있어서 단점은 쏘오옥 빼고 안 적었다.


이렇게 원래도 다정한 아들이었지만, 2021년 내가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올 때 바로 옆에서 무서운 상황을 모두 지켜본 뒤부터는 엄마에 대해 특별히 더 서윗하고 살뜰하게 보살펴준다. 아들이 이렇게 다정해도 되냐고 싶을 정도이다.

코로나 시국에는 대학 수업을 줌으로 하다 보니, 집안 살림도 많이 도와주었다. 청소며, 설거지며, 장보기며 미리 예비신랑 수업을 확실하게 다 마친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그때도 전화 통화 가능한 날은 매일 엄마에게 안부전화해서 시시콜콜 학교생활을 중개 방송해주곤 했다.

군대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전화며 편지며 자주자주 연락을 해주었다.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항상 엄마가 경험 못한 세상에 대해서 알려주고 자주 연락도 해주었다. 정말 서윗한 아들이다.


지금도 동생과 파리 여행 중인데 카톡 사진도 많이 올려주고 영상통화도 자주 해준다.

엄마에게만 서윗한게 아니라 여동생이나 할머니 아버지에게조차 서윗한 아들이다. 가족들이 여행을 가도 일정을 모두 직접 짜주고 비행기 티켓이며, 호텔이며 모두 예약을 해준다.

11월에 내가 혼자 보스턴을 갈 때에도 엄마가 입국할 때 미국 입국심사에서 어려울까 봐 매일 나에게 영어로 대답하는 법을 가르쳐 주곤 했었다.


경상도 출신인 엄마는 좀 남자 같고 씩씩한 편이고 각(?)이 있는 편이다. 다정하고 살가운 표현을 젊은 시절엔 잘 못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어릴 때 아들을 무섭게 키웠고, 이런 말랑 랑 다정한 아들은 그런 엄마가 무지 무서웠다고 지금도 말한다. 그때 나의 무서움 때문에 아이가 틱장애가 생길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아이의 병 때문에 엄마인 내가 자각하고 정신 차리고 좋은 엄마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으니 나쁜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서윗한 당신 아들 이야기 왜 하냐고 질문한다면, 내가 아들을 보고 인생에 대해, 사람을 대하는 법에 대해. 사랑하는 법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세대는 무조건 열심히 살고 옆도 안 보고 살아야 하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살았던 세대이다. 자기의 감정 표현이나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은 절제하고 사는 것이라고 배웠었다. 그런데 다정하고 서윗한 MZ 세대 아들 덕에 인생을 더욱 서윗하게 사는 법을 배우게 되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자식들이 나와 많이 다르다고 투덜거리는 부모들을 진료실에서 자주 만난다. 신께서 우리에게 너무나 다른 자녀들을 점지해 주신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면 좋겠다.

부모와 다르다고 우리 스타일로 막 바꾸라고 아이들을 만나게 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나와 완전히 다른 별종 같은 자녀들이 내 곁에 온 이유는 내가 더 성장하고 발전하라고 신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신께서 주신 서윗한 아들을 통해 인생 공부 더 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부모님들도 신께서 주신 선물을 더 사랑하고 자녀들을 통해 더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엄마덕에 틱장애 생겼던 이야기https://blog.naver.com/omdcemy/222526042040


*아들 관련 글

https://blog.naver.com/omdcemy/22295538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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