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총각시절 친구와 함께 자취를 했었는데, 하루는 퇴근하고 오는 길에 주차장에서 길 잃은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고 한다. 코숏도 아니고 페르시안 고양이라 당연히 주인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찾는 사람이 없어서 남자 둘이서 고양이와 동거를 시작했다.
남자 둘이 키우다 보니 목욕과 미용 등은 전문가 손을 의지할 수밖에 없어서 일정기간 한 번씩 병원에 맡겨서 미용도 하고, 발톱도 손질하고 그렇게 몇 년을 키웠다고 한다.
고양이의 경우 미용을 할 때 예민한 아이들은 마취를 하고 미용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나는 이전에 고양이를 키운 적이 없어서 이런 내용은 나중에 남편을 통해서 들었다.)
그날도 아침 출근길에 고양이 미용을 맡기고 출근을 했는데, 병원에서 마취가 잘못돼서 고양이가 다시 깨지 않고 그대로 고양이 별로 갔다는 얘기를 사무실에서 전해 들었다고 한다.
몇 년을 키웠던 고양이였는데 아픈 것도 아니었고, 정말 하루아침에 그렇게 그들은 이별을 했다.
이곳에 이사를 오고 나니 길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집에 자주 찾아왔다.
우리 동네는 일주일에 한 번 쓰레기를 버리는데, 처음 이사 왔을 때 쓰레기가 너무 많아 집안에 둘 수가 없어 문밖에다 몇 봉지의 쓰레기를 쌓아둔 적이 있었다. 그때 하필 생선구이를 먹고 생선뼈도 거기에 넣어놔서 동네의 고양이가 그 냄새를 맡고 쓰레기 봉지를 다 찢어놓은 적이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쓰레기를 버릴 때까지 그 많던 쓰레기를 현관에 쌓아두고 살았는데, 아마 그게 계기가 돼서 우리 집을 찾아오는 것 같았다. '뭔가 먹을 게 있는 집' 이런 마음으로.
그때부터 남편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싹트기 시작했던 것 같다.
서울에 살 적에도 간간히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 집도 좁았고 둘 다 아침에 나갔다가 밤늦게 들어오는 상황에서 키우는 건 동물에게도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지나가는 말로 치부하곤 했다.
길고양이가 우리 집에 자주 나타나기 시작해서 고양이 사료도 사고, 밥그릇도 사고, 물그릇도 사서 부엌 앞에다가 놓아주기 시작했더니 시간 나면 와서 사료를 먹고 사라지곤 했다.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니 남편은 걱정이 된다며 마트에서 박스를 주워와서 수건을 깔아서 간이 고양이 집도 만들어줬는데, 너무나 당연하게도 고양이는 한 번도 그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한낱 길고양이라도 그런 하찮은 집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나 보다.
그러다가 날이 좀 풀리니 마당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또 새로운 고양이들이 찾아와서 순서대로 밥을 먹고 마당에 앉아서 쉬다 가곤 했다.
고양이를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때 처음으로 고양이를 만지고, 불러도 보고, 밥 먹는 모습도 옆에서 보고 할 수 있었는데, 그때 고양이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막연하게 '나도 고양이를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 입양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고양이 카페에 가입해서 이런저런 글들을 보던 중, 우연히 유기된 성묘를 임시보호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나는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고, 남편도 키웠다고는 하나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밥만 주고 가끔씩 놀아준 게 다였다는 걸 알기 때문에 새끼 고양이는 너무 두려웠다. 너무 작아서 뭘 잘못하면 어떻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나를 자꾸 두렵게 만들어 우리는 성묘를 입양하고 싶었다.
입양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임보 자 분과 몇 번의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고양이의 상황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됐다.
신혼부부가 키우던 고양이었는데 하루는 집 앞에 유기된 채 떨고 있었다고 했다.
그냥 지나칠까 했지만, 태풍 '링링'이 북상하는 중이라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본인 집으로 데리고 가서 원래의 주인에게 계속해서 연락을 취했지만 답이 없었다는 얘기.
한참 뒤에 온 문자에서는 본인들이 이혼을 하게 되어 더 이상 고양이를 키울 수 없으니 대신 키워줬으면 좋겠다는 얘기.
'애기'(임보 자분은 이름을 지을 수 없어서 일단 이렇게 불렀다고 했다)는 굉장히 순하고 사람을 좋아하며, 먹는 것도 잘 먹고 화장실도 예민하지 않다는. 뭐 이런저런 얘기들을 주고받다가 약속한 일자에 우리 집으로 '애기'를 데리고 와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