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계절

21년03월 둘째주

by 수기

봄은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나는 어린시절부터 운동을 너무 싫어해서 제대로 할 줄 아는 운동이 없었는데, 돌이켜보면 제대로 할 줄 아는 운동이 없어서 운동을 싫어했던 것 같다.


시골에서 뛰어다니며 어린시절을 보내서 그때는 운동이라는 개념도 별로 없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급격하게 살이 쪘고, 그때의 그 살은 스무살이 된 후 2년 정도 고생하니 어느정도 정리가 됐다. 그리고는 늘 줄곧 약간 마른 몸매를 유지하면서 살았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서른이 되는 순간 마른 몸매는 더 이상은 유지가 되지 않았다.

어린마음에는 왜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못 하지? 라고 생각했다. 그냥 저녁 며칠 굶으면 3~4키로 정도는 빠지던데, 왜 그걸 못할까? 라는 의문을 품곤 했는데

어느 순간 나 역시도 굶어도 빠지는 않는 순간이 불현듯 찾아왔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는 끼니를 건너뛴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난과 고통으로 다가왔다. 당이 떨어져 손이 떨리고 업무에 집중할 수 없고, 자꾸 짜증이 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서라도 끼니는 잘 챙겨야 하는 시기에 도래한 것 이다.


그 즈음부터 운동을 해보려 노력했다.

그 노력이라는게 입으로만 한 노력이라 그렇지만…...

헬스장에 3개월, 6개월씩 등록해 놓고 초반에 며칠 나가다가 나중에 사물함에 물건 찾으러 다니던 사람이 나였다.

그러다 연애라는걸 하게 됐는데, 만나는 남자가 약간 운동 광 같은 사람이었다.

본인 말로는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그걸 방지하기 위하여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뭐가 됐든 일단 시작하면 진득하게 오래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과 만나다 보니 헬스장은 등록만 해놓고, 저녁엔 음주와 야식을 매일같이 먹어 대며 자꾸만 살이 쪄서 고민이라고 입만 터는 나를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듯 쳐다보곤 했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운동에 적을 올려 놨다는 것 그 하나로 마음의 안정을 취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인생은 알 수 없고, 나는 그 남자와 결혼을 했다.

야근하지 않으면 퇴근후에 운동을 가는 남자와 같이 사는 삶에 스스로 적응해야 했기에 나도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때 처음으로 PT라는 것도 받아보고, 헬스장에서 사람들이 하는 무게치는 재미도 조금씩 알아갔다. 헬스->수영->복싱을 이년 정도 했다.

타고난 운동 신경도 없어 헬스도, 수영도, 복싱도 잘 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2년이 가까운 시간동안 거의 결석없이 제대로 배우며 즐기던 시간이었다.

그러다 복싱을 마지막으로 운동을 1년 정도 쉬게 되었다.

근본적인 이유는 수술을 해서 회복기간이 필요했고, 회사를 관두면서 삶의 터전을 옮겨 다니며 유목민처럼 몇 달을 지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2년 전에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게 됐는데, 그건 테니스였다.


테니스, 말만 들어도 예쁘다.

드넓은 코트위로 치마자락을 나풀거리며 호쾌한 스윙소리와 함께 힘차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연상되는 예쁜 운동이다.

처음엔, 자세연습만 계속 시켜서 이걸 계속해? 라고 고민했는데, 다행히 그런 어색하고 낯가리는 시간을 지나게 되자, 그곳에 운동하러 오는 사람들과도 몇 마디를 나누게 되고 제법 랠리라는 것도 하게 됐다.

그렇게 테니스라는 운동을 시작한지 2년이 됐는데, 바야흐로 테니스 치기 딱 좋은 계절이 왔다.


이곳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테니스코트가 제법 크게 있어서, 한시간에 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코트를 대여할 수 있다.

야외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는 테니스는 정말 더할 나위 없다.

코로나의 여파로 마스크를 쓰고 뛰어야 한다는 게 힘들지만, 단계가 격상되어 테니스장이 문을 닫았을 땐 다시 문만 열어준다면 마스크가 아니라 복면을 쓰고 라도 뛸 수 있을 정도로 몸이 달았다.


처음에 시작할땐 한 6개월정도 배우면 남편과 둘이서 재밌게 놀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오만이고, 오산이었다.

내가 들이는 시간보다 훨씬 더디게 실력으로 나오는 게 테니스 같다.

(물론 운동신경이 좋거나, 유년시절에 비슷한 운동을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6개월만에도 엄청난 실력을 갖기도 한다)

같이 레슨받는 사람들을 보면, 구력이 십년을 훌쩍 넘었는데도 여전히 레슨을 받고, 여전히 게임이 안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들의 그런 투정들도 부러울 정도로 나는 실력이라고 부를수도 없을 만큼 형편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둘 수 없을 만큼 너무 재미있다.

한 겨울에도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서브를 넣고, 달려다닌다.

이런 나를 보며, 지인이 대체 그게 왜 그렇게 재미있냐고 물어봤는데, 그건 아마도 공을 쳤을 때의 희열인 것 같다.

한 게임을 치르며 수십개의 공을 쳐도, 제대로 된 샷은 하나가 나올까 말까 인데, 제대로 된 샷을 쳤을 때의 라켓에서 전해지는 에너지와, 공에서 나오는 찢어질 듯한 굉음, 그리고 상대방이 미쳐 대비하지 못하는 사이에 코트를 빠져 나가는 스피드, 이 세가지를 모두 갖춘 공을 쳤을때의 그 희열!

그것 때문에 이렇게 테니스에 미쳐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특히! 요즘 같은 날씨에 밖에서 한 두시간 신나게 게임하면서 땀을 쫙! 빼고 집으로 돌아와 씻은 후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잔은, 세상의 그 어떤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맛있다.

그것은 마치 하루키가 마라톤을 끝내고 나서 마시는 맥주 한잔의 맛과 비슷하지 않을까? 감히 상상해 본다.

맥주를 들이키며, 남편과 우리는 언제쯤 잘하게 될까? 하는 토로에 가까운 대화들을 나눈다.

그런 시간들 마저도 즐겁다.



개인적인 바람은

남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이 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해서 테니스를 하게됐다.

물론 우리 둘이 즐기기에는 아직도 실력은 한참 부족하지만, 이제는 단식을 하며 놀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

개인적인 바람은 나이 먹고서도 테니스를 잘 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건데

그러기 위해서는 테니스의 대중화가 정말 필요하다.

너무 신나고 재밌고 지겹지 않은 운동인데, 이게 주변에서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좀 힘들다.

물론, 동호회에 들어가서 보니 우리 나라에 테니스 인구가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너무 미비한 수준이다.

심지어 테니스 옷은 너무 예쁜데 입어보고 살 수 있는 곳도 없다.

어서 많은 사람들이 테니스에 빠져서 테니스장도 많이 생기고, 테니스 옷도 어디서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봄이다.

언제 테니스나 한게임 하시죠? 라고 안부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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