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그 시간이 찾아왔다

21년03월 셋째주

by 수기


운이 좋아서 이십년 가까운 회사생활의 기억들은 주로 재미있었다.

사람들끼리 어울려 다니며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다니던 기억도 좋았고, 무슨 무슨 날 이라거나 기념일, 심지어 생일도 회사 사람들이 더욱 잘 챙겨줬었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가족에게도 말하기 힘든 얘기들을 고민이랍시고 털어놓기도 하고, 심지어는 짬을 내어 같이 여행도 다니곤 했었다.

그런 사회생활을 꽤 오래 해와서 인지, 나는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었다.

나는 법카로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회식도 즐겁고,

1박 2일의 워크샵도 신나고, 주말에 한 번씩 했던 등산도 기꺼이 즐겁게 참여했다.

그렇다고 그걸 싫어하는 사람들을 인정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건 각자의 성향이라고 생각하니깐.

‘무조건 다 모여!’ 의 강압적인 분위기는 또 아니었기에 적당히 즐기면서 사적인 모임을 가졌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적인 모임으로 만났던 사람들과는 퇴사를 한 후 지금까지도 주기적으로 만남을 가지고 있다.


요즘에 나이 먹고 다시 일이란 걸 시작해 회사라는 집단에 다시 몸이 메이기 시작하니 확실히 내가 요즘 아이들과는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정말 점심도 각자의 자리에 앉아서 먹고, 같이 나가서 커피를 마시거나 하는 일들도 없다.

끝나고 회포를 푼다며 공공의 적을 씹어 대는 친목모임도 없고, 각자의 사생활은 확실히 지키면서 회사라는 곳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곳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어울리기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요즘의 회사라는 집단은 뭐랄까…? 너무 무미건조한 느낌이다.

각자의 이름도 잘 모른다. 스스로 불리고 싶은 이름을 애칭으로 만들어 불리다 보니 본명이 누구인지도 헷갈린 채 퇴사를 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상황이 아직 좀 어색하다고나 할까?

회사 내에서 반말하고 너무 격이 없는 건 싫어했었기에, 직급이 없어지고 모두 존대를 하는 상황은 좋지만 회사내에 내가 아닌 부캐를 만들어서 데리고 다니는 느낌이다. (아, 그래서 모든걸 다 내려놓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일을 하면 되는건가?)


그래서 그런지 요즘의 회사생활은 확실히 재미가 없다.

워라벨을 자꾸 찾아야만 하는 이유도 회사생활에서는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없기에, 그걸 다른 취미생활에서 찾고 거기서 스트레스를 날리고 에너지를 얻어야만 내일 아침에 또 돈을 벌러 일터로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런데 도대체 돈이란 무엇일까?

이토록 재미없는 회사생활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하게 만드는 돈이란 대체 무엇일까? 가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2월 한달동안 일주일에 두번씩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출근을 했다.

편도 두시간이 넘는 거리를 지옥철을 타고(7시도 되기 전인데 9호선 급행은 왜 앉을 자리가 없을까?ㅠㅠ) 덜컹거리며 도착해서 두시간을 찬바람을 맞으며 찌라시를 돌렸다.(내가 왜 때문에 여기에서 이걸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정말 할많하않….하아……)


격정의 2월을 보내고 나니

몸에서 신호를 보내왔다.

혹여나 늦게 일어나서 지각을 하게 될까봐, 다른 사람들도 다 일찍 나와서 고생하는데 지각을 하게 될까 두려워 깊은 잠을 들지 못하고 2월을 보냈다.

그러니 몸이 항상 무겁고 피곤했다.

그냥 2월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러나, 회복도 젊어야 빨리 된다. 하루를 날 새면 한 이틀은 쉬어 줘야 하는 몸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늙어버렸다.

3월이 됐는데도 한번 가라앉기 시작한 무거운 몸은 도무지 가벼워 지질 않았고, 어느 순간 몸 안에서 염증이 하나 둘 씩 피어나고 있었다.


이 비슷한 몸의 상태를 전직장을 그만둬야지! 마음 먹었을 때 한번 겪었던 적이 있었다.

자연스레 그때의 내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이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자꾸만 피어오른다.


그럼에도 도대체 돈이란 무엇일까?

이렇게 몸이 아픈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이 줄을 놓지 못하고 잡고 있는 이 돈의 달콤함.

“남들도 다 그러고 살아.”

라는 말을 위안 삼으며 버티면 편안한 노후에 지금을 회상하며 미소지을 수 있을까?

아니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을 희생하며 살지는 말자.’ 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새기며 사표를 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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