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자극들

21년04월 첫째주

by 수기


SNS 시대를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삶을 염탐하게 된다.

물론 그들의 실제 모습과 보여지는 모습의 괴리는 상당하겠지만, 내가 그들과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친분이 생길 것 같지도 않아서 현실의 그들이 어떻지는 생각치 않고 그냥 바라만 본다.

그렇게 지켜보다 보면

정말 단 한 번도 만난적이 없는 사람이지만 어쩌면 나는 그들의 삶에 꽤나 가까워진 것 같은 착각 마저도 든다.

그들이 어딜 가고, 무엇을 먹고, 요즘에 무얼 즐겨 하는지 등등

나는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 그저 손가락 몇 번의 움직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종종 훔쳐보는 사람이 몇 있다.

그 중 가장 부럽 달까? 하는 사람이 있다.

처음엔 우연히 그녀의 개인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재밌는 글들이 많아서 즐겨찾기로 해 두고 틈틈이 찾아가 새로 올라온 글들을 읽어보곤 했다.

한창 유행했던 요리도, 맛집도, 여행지 대한 정보도 없이 담백하면서도 제법 긴 글들을 써서 한 번씩 포스팅 하곤 했었다.

그러는 사이 몇 년이 흘렀고, 그녀는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그 몇 년의 시간동안 그녀는 많은 글들을 썼다.

댓글이 많이 달리지도 않았고, 방문자가 현저히 늘지도 않았는데 한편에서는 그녀의 블로그가 제법 유명하다는 이야기도 들렸었다.

그날도 새로 올라온 글을 읽어보고 있던 중 이런 댓글이 달렸다.

‘이 정도면 이제 본인의 글을 써봐도 될 것 같아요’

그 댓글을 처음 읽었을 때 엄청난 부러움이 밀려와서 나도 모르게 ‘글을 아무나 쓰나’ 라고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그런 나를 비웃듯 그녀는 자신의 여행기를 묶은 첫번째 책을 독립출판물로 만들어 냈다.

그녀가 그 댓글에 힘을 얻었는지, 원래부터 그런 계획이 있었는지는 물어 본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내 기억속의 저 과정은 충격처럼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두번째 여행기가 독립출판물로 출판됐고, 에세이 집까지 단숨에 이어졌다.

이 모든 과정은 몇 년에 걸친 과정들이다.


이렇게 적어보면 몇 줄 안되는 그녀의 삶이

몇 년을 지켜보는 나에게는 굉장히 큰 자극이 됐다.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잘 될 거라면, 내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졌을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살았던 적이 있었다.

무언가를 시작도 하기 전에 나는 희망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듯 싶다.

그러나 조금 더 살아보니,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 그 마음 하나가 생성되는게 갈수록 어렵고, 어렵게 무언가를 좋아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걸 실행할 수 있는 체력적, 시간적 여건은 갈수록 줄어든다.

그러니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생긴다면 결과가 어떻든 일단 한번 시작을 해 보는게 중요한 것 같다. 그 후에 이 길이 아니라고 느껴진다면 그때 관두면 된다. 그렇게 되면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미련 같은 게 뚝 떨어져 나갈 테니.


그랬던 내가 요즘은 다른 의미로 그녀의 SNS를 훔쳐보면서 지내고 있다.

매일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 한 시간 정도의 글쓰는 시간을 갖는데 한 번씩 너무 쓸 얘기가 없거나, 소파가 나를 강력하게 부르기 시작하면 그녀의 SNS에 조용히 들어가서 최근의 글들을 다시 살펴본다.

청탁이 들어온 이야기

새로운 책을 시작했다는 이야기

자신의 글쓰기의 방식등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자세를 고쳐 앉으며, 그래 나도 몇 자라도 적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다시 자판을 두드린다.


SNS는 시간 낭비다. 라는 퍼거슨의 이야기가 진리기도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다른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즐거운 창구도 되고, 이렇게 한 번씩 나약해지는 나 자신을 채찍질 할 수 있는 자극도 된다.

뭐라도 써보자. 그러면 뭐라도 되겠지

그게 무엇일지는 시간만이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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