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04월 셋째주
야구 좋아하시는지?
여자 사람 치고는 야구에 꽤 진심인 편이라 나는 야구 시즌이 시작 되면 저녁 6시 30분부터는 중계 채널을 틀어 놓고 생활 한다.
응원하는 팀은 KT인데, 신생 구단이라 팬층이 그렇지 않아도 얇은데,
심지어 제대로 된 야구를 시작한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더더욱 팬이 없었다.
작년에 창단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했지, 그 전까지는 맨날 9등과 10등을 다투고 있었다. 그렇지만 9등과 10등 그들만의 한국시리즈는 또 얼마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지 응원해본 사람만이 안다.
주변에 케이티를 응원한다고 하면,
“네??"
"케이티???"
"거긴 어디에요?"
"아........ “ 라고 다들 말을 아꼈다.
뭐, 그런 팀에도 팬이 있는가? 하는 생각으로 나오는 반응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수원에 연고지도 없는 내가 KT를 응원하게 된 까닭은, 이대형의 힘이었다.
야구를 처음 접하게 된 건, 당연하게 전 남자친구가 야구를 좋아해서 였고
그 남자친구는 기아를 응원했다.
자연스레 옆에서 보고, 듣고 있다 보니 풍월이 좀 생겼는데 그럼에도 그때는 기껏해야 공놀이 정도로만 여겼었다. 남자친구가 야구장에 가자고 하면 그냥 따라가주는 정도? 그 정도였는데
그러던 어느날, 기아에 이대형이 왔다.
꽤나 시끄럽게 왔던걸로 기억한다. 그때만해도 프로야구에 거품이 끼기 바로 직전이라 기껏 대주자에게 3년에 24억이라는 돈은 엄청나게 큰 돈으로 각인됐고, 인생은 이대형처럼 이라는 말을 남기면서
이대형은 엘지에서 기아로 왔다.
처음에 그가 광주구장에서 들어섰을때의 그 후광을 나는 잊지를 못하겠다.
야구를 그다지 열심히 보지 않았기에, 그런 피지컬의 선수는 상상도 못했는데 심지어 잘.생.겼.다.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야구를 찾아보게 됐다.
이대형이 기아로 옴으로써 아무것도 아닌 여자 사람 한명이 야구의 광팬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적 후 첫해의 이대형은 심지어 타율도 좋았다.
단타든 장타든 홈런이든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그가 1루를 밟는 순간 도루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으므로 그는 무조건 출루만 하면 됐다.
그렇게 그때부터 야구를 사랑하게 됐다.
그랬던 그가 신생팀이었던 KT로 다시 이적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KT로 옮겨가게 됐다.
뭐 어쩌겠는가, 바늘가는데 실도 간다고 나에게 야구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선수가 타팀으로 간다면 나도 따라 가야지.
신생구단답게 팬이 많이 없어서, 그 어렵다는 잠실구장의 응원석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심지어 그 자리도 널널함의 끝이었다.
잠심 홈팀의 엄청난 인원공세에도 우리는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그리고 응원의 열정과는 관계없이 수없이 많은 패를 했다.
내가 계속 보고있으니 어쩔 수 없이 따라보던 남편도 도대체 이 팀은 야구를 언제 이기는거냐고 내게 묻기도했다. 제발 다른 것 좀 틀어달라고 애원도 했다.
KT의 창단 첫 해는 그런 해였다.
모두 백패를 달성할까? 못할까? 를 점치고 있었을 뿐이었다.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연패도 경험하고
오늘도 다 끝났네, 싶었던 순간에 역전도 경험하고
그러다보니 작년엔 정규시즌 2위라는 성적으로 마감도 하고
가을야구도 갔다.
뭐 가을야구에서는 처참했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야구응원 인생에 큰 획을 그을정도로 기다려지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새롭게 2021년이 밝았다.
작년엔 코로나 때문에 시즌의 시작도 늦었고, 관객들도 입장을 했다가 안했다가 다시 재개했다가 너무 어지러웠던 통에 야구장 한번을 찾지 못했다.
올해는 그래도 시즌을 제때에 시작했고, 조금 일찍 찾아온 봄날씨에 야구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찾아왔다.
여전히 야구장은 코로나 때문에 찾기 힘들지만,
그래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마당에 앉아서 빔프로젝트로 벽에 야구를 틀어놓고, 남편과 둘이 앉아서 안타네 삼진이네 하는 모습을 보고있으면
지금이 가장 야구의 적기가 아닌가 싶다.
한때 열정적으로 찾았던 잠실구장 응원석의 열기에는 못 미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저녁바람을 맞으며, 호쾌한 타격의 소리를 들으며 맥주를 마시는 시간은
한여름이 찾아오기 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풍경이고 즐거움이다.
조금 더 더워지면 모기떼와 땀에 시달려서 야구고 맥주고 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전원생활 삼년차에 접어드니, 이제 제법 무언가를 즐기기 위한 적기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지금은 바야흐로 마당에서 즐기는 야구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