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2022년 하반기를 맞이한 모두에게,
오후 여섯 시 사십오 분을 지날 무렵, 스피커에서는 Hazel English의 I'm Fine이 흘러나왔다. 올림픽대로를 달리며 눈에 넘치듯 담긴 일몰의 태양은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붉었다. 멜로디와 가수의 목소리가 왠지 커다란 태양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덤으로 가사 내용과 지금의 상황을 연결해 곱씹었던 것 같다.
매일 잠에서 깨면 같은 기분이 들어.
그리고 매번 너는 나에게 내 기분이 어떤지 물어봐.
난 그저 웃으며 너에게 '난 괜찮아'라고 말해.
왜 그런지 모르겠어.
- Hazel English의 I'm Fine 중에서
한강공원이 언제 물에 잠겼는지 모르게 빠르게 복구되어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히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정면으로 직시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를 맞은 시점이 아닌 듯 열심히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로 가득한 올림픽대로가 새삼스럽고 생경했다. 아무렇지 않게 자전거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는 라이더도, 뿌연 진흙을 삼킨 채 빠른 속도로 흘러가던 한강의 물도 이제는 너무나 잔잔하다. 물속에 잠긴 채 말이 없던 잠수교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달리는 차들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 최악의 물폭탄이었고 최고로 긴 장마였다. 슬픔을 드러내 봤자 해결책은 없었다. 내 슬픔에 스스로 잠겨봤자 더 나은 것 없이 시간은 흐른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현실을 사는 것이다. 그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며 일상을 지키는 법칙이다.
그렇게 햇볕을 보나 했더니 다시 태풍이 몰려온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끊임없이 시련이 몰아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태연한 얼굴로 살아가면 된다. 특별히 어떤 것을 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