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기능과 상권의 변화
금요일 점심시간,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 없어야 할 테헤란로 뒷골목 식당가가 예전보다 한산하다고 느낀 적 없으신가요? 반면, 평일 낮 동네 카페에는 노트북을 펴고 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상권의 흐름을 읽어 미래의 부(富)를 제시하는 전략 컨설턴트, 권영산 박사입니다. 지난 1편에서 기술이 우체국과 은행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지워버렸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기술과 제도가 바꾼 '사람들의 시간과 동선', 그리고 그로 인해 흔들리는 '상권의 지도'를 펼쳐보려 합니다.
재택근무에 주 4일제까지, 도심은 비어간다
도시 경제학에는 30년 된 묵은 논쟁이 있습니다.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 도시는 흩어질 것인가(분산), 뭉칠 것인가(집중)?" 미래학자들은 인터넷이 깔리면 사람들이 복잡하고 비싼 도심을 떠나 쾌적한 교외로 흩어질 것이라 예언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예언이 '하이브리드 근무(Hybrid Work)'와 '주 4일 근무제 실험'을 만나 현실이 되는 과정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남긴 유산인 '재택근무'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월 1회 주 4일'이나 '격주 주 4일'을 시범 도입했고,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도 주 4.5일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이 상권에 던지는 충격은 엄청납니다. "금요일은 쉽니다." 직장인들이 금요일 오후부터 도심을 빠져나가면서, 오피스 상권의 황금기였던 '불금 회식'은 옛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4일만 가면 되는데, 굳이 강남에?
출근 일수가 줄어들면(주 3~4일), 사람들의 주거 선택 기준도 바뀝니다. "매일 지옥철 탈 것도 아닌데, 비좁은 서울 아파트보다 넓고 쾌적한 경기 외곽이 낫지 않을까?" 결국, 사람들은 조금 멀더라도 삶의 질이 높은 경기도, 인천, 신도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데이터가 보여주는 '서울 인구의 순유출(탈서울)' 현상은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근무 형태 변화가 허락한 '거주지의 광역화'입니다.
사장님이 체감하는 '매출의 이동'
이러한 변화는 자영업자에게 생존의 문제입니다. 사람이 움직이면 돈 쓰는 장소도 바뀌기 때문입니다.
1. 도심 오피스 상권의 위기: 과거 오피스 상권은 '주 5일 점심+저녁 회식'이 보장된 불패의 땅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택근무와 주 4일제 확산으로 영업일 자체가 주 4일, 심하면 주 3.5일로 단축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버거워지는 이유입니다.
2. 주거지 상권(슬세권)의 부상: 반대로 집 근처 상권은 기회를 맞았습니다. 쉬는 날이 늘어난 직장인들은 집 근처 맛집을 찾고, 동네 카페에서 여유를 즐깁니다. 배달 앱의 주문 폭주가 주거지 중심으로 일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기술과 제도가 사람들을 도심에서 교외로, 사무실에서 집으로 분산시키면서 소비의 중심축도 '직장 근처'에서 '집 근처'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심은 정말 끝났을까?
자, 여기까지 들으면 "이제 강남이나 광화문 같은 도심 투자는 끝났구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도심은 공동화(空洞化)되고 쇠퇴할 일만 남았을까요? 재미있게도 현실은 정반대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흩어지는데, 왜 혁신적인 기업들은 기어코 비싼 임대료를 내며 판교와 강남으로 사옥을 옮길까요? 왜 애플과 구글은 재택근무 시스템을 갖추고도 거대한 신사옥을 지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분산화에 맞서는 강력한 반론, [3편. '판교'의 역설: 뭉쳐야 터지는 아이디어]를 통해 도심 상권이 절대 죽지 않는 진짜 이유,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분석합니다. '흩어지는 주거'와 '뭉치는 기업' 사이, 진짜 돈이 흐르는 길목이 궁금하다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권영산 박사의 Expert's Insight]
주 4일제와 재택근무, 변화하는 출근 문화 속에서 내 가게, 내 건물의 가치는 안녕하십니까? 냉철한 분석과 대응 전략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문을 두드려 주십시오.
전략 컨설턴트 권영산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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