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임플란트 수술 날. 나도 임플란트 수술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수술 과정이 얼마나 고될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잇몸에 티타늄 나사를 고정하고 잇몸을 봉합하고 수술시간이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릴 것이라고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 수술이 생각보다 고될 거라는 걸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연세가 많으신 엄마가 이 힘든 수술을 잘 받으실 수 있을까 밤새 걱정이 되었다.
아이 둘을 서둘러 등교. 등원시키고 엄마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다. 나를 보자마자 엄마는
''나 혼자 가도 되는데...''라고 작게 말씀하시면서 멋쩍어하셨다. 아마도 내 시간을 빼앗는다고 생각하셔서 많이 미안하셨던 것 같다. 나는 아이가 갑자기 입원하게 되거나 급하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이들을 늘 엄마 가게에 맡기면서 엄마의 소중한 시간을 무수히도 많이 빼앗았었는데... 정작 시간도둑은 나인데 엄마가 이리도 미안해하고 고마워하시니 오히려 내가 너무 죄송했다.
십여 년 전. 나는 라식수술을 받기 위해 엄마와 같이 명동에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약 20년 가까이 늘 써오던 안경을 드디어 벗게 되는 날이기 때문에 수술의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설렘이 더 컸다. 하지만 이런 나와는 달리 엄마는 수술실 밖에서 수술 과정을 모니터로 지켜보시면서 행여나 내 눈이 잘못될까 봐 수술 내내 우셨다고 했다. 이번엔 내가 엄마의 보호자로 병원에 와보니 엄마가 그날 느낀 심정이 조금 이해되었다. 연세도 많으시고 체력이 약한 엄마가 이 힘든 과정을 잘 견디실 수 있을지 수술 내내 걱정이 되었다.
엄마의 머리에 언제 이렇게 세월의 눈꽃이 내려앉았는지...
엑스레이 화면을 보고 정확히 새어보니
윗니가 11개. 아랫니가 9개 있었다. 다해서 겨우 20개가 남아있었다.
우리 아이들보다 치아가 적게 남아있는 엄마를 보니 그동안 자식으로서 참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작에 병원에 모시고 올걸... 그동안 어금니가 없어서 잘 씹지도 못하고 많이 불편하셨을 엄마를 생각하니 죄송스러운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오늘은 얼마 전에 빠진 아래쪽 앞니 하나와 아래쪽 양쪽 큰 어금니 2개. 총 3개의 임플란트 수술을 하기로 했다. 원래 성인은 큰 어금니가 8개 있어야 한다는데 엄마는 풍치로 인해 약 15년 전에 어금니를 7개나 뽑으셨다. 그래서 어금니 쪽에 끼울 수 있는 부분 틀니를 맞췄는데 씹을 때마다 잇몸 부분이 눌려서 아프기도 했고 어금니로써 기능을 제대로 못하다 보니 식사하실 때마다 틀니를 빼곤 하셨다.
마음 같아선 현재 없는 어금니 7개를 다 하고 싶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기에 오늘은 우선 3개만 하기로 결정했다. 3개월 후에 또 돈을 모아 어금니 하나를 더 해 넣기로 했다. 그러면 총 4개의 어금니가 서로 맞물려 지금보다는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동안은 어금니가 거의 없어서 질긴 고기 종류는 거의 못 드셨다. 그래서 남아있는 이로 드실 수 있는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식사를 하시다 보니 영양상으로도 불균형이 발생했을 것 같고 소화기관도 많이 나빠졌을 것 같았다.
수술을 시작하기에 앞서 잇몸에 마취주사를 맞으셨다. 기다랗고 뾰족한 주삿바늘이 엄마의 잇몸에 들어가는 순간. 차마 그 모습을 눈을 뜨고 지켜볼 수가 없어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아이들을 데리고 치과치료를 하러 치과에 올 때처럼 어제도 꽉 쥔 손에 식은땀이 흘렀다. 조금 시간이 지나 마취가 다 되자 엄마는 위층에 있는 수술실로 이동해서 임플란트 수술을 받았다.
나는 아래층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초조한 마음으로 수술이 잘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엄마는 내려오셨다. 혹여 내가 놀랄까 봐 걱정이 되셨는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시며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나 같으면 엄마에게 엄청 아팠다며 온갖 투정을 부렸을 텐데... 이제는 다 큰 나에게 아프시면 솔직하게 아프시다고 말씀을 하셔도 될 텐데... 엄마니까 자식 앞에서만은 괜찮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엄마의 모습이 더 안쓰러워 마음이 쓰였다.
드디어 수술이 끝나고 간호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수술을 하셨기 때문에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반찬을 만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 고생한 엄마에게 일류 요리사처럼 맛있는 반찬을 뚝딱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정도 요리실력은 아니기에 드시기에 편한 계란찜과 고등어구이, 브로콜리와 오징어, 닭가슴살을 데치고 누룽지를 끓여 식혀서 점심상을 차렸다.
엄마를 위한 밥상엄마는 다행히도 맛있게 잘 드셨다.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괜찮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잘 드셨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식사를 잘하시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일부러 평소에 좋아하시는 트로트 프로그램을 찾아서 보여드렸다. TV를 보시는 동안엔 엄마가 어깨에 짊어진 근심 걱정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으셨으면 했다. 큰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왔다. 좀 더 우리 집에 계시면서 손주의 재롱도 보고 TV도 보시고 쉬시면 좋겠건만... 엄마는 가게에 막걸리와 바나나가 재고가 많이 남았다며 오후 3시가 넘자 장사를 하러 가셔야 한다며 가셨다. 수술을 받은 날에도 하루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
오늘은 우리 집에서 쉬면서 안정을 취하는 게 좋겠다고 몇 번이나 말씀을 드려봤지만 야채, 과일은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가게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200만 원이 넘는 목돈이 훌쩍 이 치료에 들어갔으니 엄마는 더욱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내가 비상금이 하나도 없는 게 참으로 원망스러웠다. 마음 같아서는 엄마의 이 치료비용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결혼을 해서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현실은 늘 여유가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다음날 상처부위를 소독하러 가시는 데 같이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엄마는 또 극구 사양을 하셨지만 수술이 잘 되었는지도 궁금하고 엄마와 같이 가는 게 내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아서 함께 다녀왔다. 밤새 수술한 부위가 아프진 않으셨는지 걱정이 되었다. 앞으로 3개월이 지나서 엄마의 이빨 3개가 새로 생겨서 엄마가 지금보다는 더 활짝 웃고 어떠한 음식이라도 더 맛있고 행복하게 드실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