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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Jul 13. 2021

여름과 함께 찾아오는 그 사람.

첫사랑

''! !''

대학교 언덕을 다 올랐을 무렵.

(우리 학교는 서울에서 언덕이 높기로 악명이 유명했다.)

내 몸은 온통 땀범벅이 되었다. 내 뚱뚱한 몸을 조금이나마 작게 보이려고 입었던 검은 티셔츠에는 땀이 마르면서 하얀 소금기 자국이 세계지도처럼 선명하게 새겨졌다. 옷이 땀에 젖어 축축하고 찝찝한 채로 강의실에 들어섰다. 친한 친구가 눈앞에 보여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 친구는 갑자기 손으로 코를 막으며

''너 술 마셨어? 술냄새 나는데?''

라며 뜻밖의 질문을 했다. 아마도 내 땀냄새가 알코올 냄새 비슷하게 난 것 같았다.  에 알코올이 단 한 방울이라도 들어오면 금세 얼굴이 빨갛게 물들 정도로 술이 약하기에 너무나 억울하고 속상했다.

''아니. 술 안 마셨어...''

기어들어갈 만한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힘없이 자리에 앉았다.  


그날 이후로 옷에 피는 소금기 자국을 피하기 위해 더 이상 검은 티셔츠를 입지 않았다. 땀냄새에도 민감해져서 외출 전에는 늘 겨드랑이에 데오드란트를 듬뿍 뿌리고 유독 더운 날이면 휴대용 데오드란트까지 챙겨서 외출했다. 또래 친구들이 좋은 향기가 나는 향수를 뿌리는데 열중했다면 나는 그 시간에 체취를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 하루 종일 고군분투했다. 그래서 더운 여름이 진짜 진짜 싫었고, 이 더운 계절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했었다.


술냄새가 난다고 들었던 날 밤. 잠이 오질 않았다.

더 이상 이런 뚱뚱한 몸으로 살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난생처음으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뚱뚱한 몸에 수영복을 입는다는 게 많이 부끄러웠지만 집 앞 수영장에 등록해 매일같이 수영을 하러 갔다. 그리고 최대한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한식 위주로 먹으며 저녁 6시 이전에 식사를 마치생활을 약 일 년간 반복했다.


나는 노력 끝에 드디어 50kg이 되었다. (초등학생 때 이미 40kg을 훌쩍 넘어버린 내 뚱보 인생에서 50kg은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였다.) 살을 뺀 기념으로 예쁘게 머리와 화장을 하고 새 옷을 입고 학교에 갔다. 친구들은 일 년간 20kg 가까이 살이 빠져버린 나를 보며 깜짝 놀랐고 군대 휴가를 나온 동기 녀석들은 나를 못 알아볼 정도였다. 살이 빠져서 그동안 입고 싶었던 옷을 마음껏 입을 수 있게 되자 자신감이 생겼고 매일매일이 새롭고 행복했다.

이듬해 여름이 되었다. 몸이 가벼워지자 학교 언덕을 오른 후에도 예전처럼 숨이 많이 차지 않았고 내 몸의 땀샘이 여럿 파업을 했는지 기분 좋게 뽀송뽀송했다.


어느 날 학교 매점에서 <아르바이트 구함>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게 되었다. 용돈도 벌고, 경험도 쌓을 겸해서 매점에 가보았다. 여자보다도 작고 하얀 얼굴, 부드러워 보이는 손가락, 상냥한 말투까지...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춘 완. 소. 남이 매점에 앉아있었다.

'별빛이 내린다 ~샤랄랄라 랄랄라~'

귓가에는 이 멜로디가 자동으로 재생되었고 심장은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게 되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된 남자 선배에게 그만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래서 업무 인수인계 설명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왜 이제야 그를 알게 되었을까 안타까울 정도였다.

에게 연락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는 나와 같은 학부였고 복학생이었기 때문에 학부 수업을 먼저들은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게 많았다. 그 핑계로 같이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고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둘 사이가 가까워졌다.


어느 날 용기를 내어 그에게 고백했다.

''선배, 나 선배 좋아해요...''

다음날 그로부터 전화가 걸려와도 혹시나 거절의  전화일까 봐 너무 떨려서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교내에서 만났다.

''좋아한다고 하면서 피하면 어떻게 해. 우리... 만나보자.''

그렇게 우리 둘은 여느 캠퍼스 커플처럼 학교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도 하고, 밥도 먹고, 데이트도 했다.

어느 날 밤. 학교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면서 풀려버린 내 신발끈을 가 무릎을 꿇고 앉아서 묶어주는데 심장이 떨려서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영원할 것만 같았 첫사랑은 여름이 끝나갈 무렵 아쉽게도 종착역에 와있었다.


지금은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고 다시 살이 쪄서 마법이 풀린 것처럼 예전의 몸무게로 돌아왔다.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도 매해 여름의 향기가 느껴질 때면 첫사랑의 그가 아주 가끔 생각난다. 가 뿌리던 향수 냄새, 두 손을 잡았을 때의 부드러움, 신발끈을 묶어자상함이 떠오르면서 다시 20대가 된 것같이 가슴이 말랑말랑해지곤 한다.  여름밤의 꿈처럼 짧고 아쉬운 만남이었지만 나에게 첫사랑의 설렘을 선물해준 그 사람. 대학 졸업 후 누군가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게 마지막이었는데 '그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아마도 잘 지내겠지...



p.s yes24  나도 에세이스트에 지난달 응모했던 글을 조금 수정해서 올렸어요. 워낙 글솜씨가 빼어난 분들이 응모를 하시는 공모전이기에 거의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똑 떨어졌네요.ㅜㅜ

공모전은  도전-희망-절망-도전-희망-절망 이 사이클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요.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그리고 200자 원고지 10매 내외로 쓰는 분량을 맞추기가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어요. 제가 글을 좀 길게 쓰는 습관이 있다 보니. 긴 분량을 줄이고 또 줄이느라 애를 먹었네요.

 그렇다 보니 글의 흐름이 끊기고 매끄럽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그래도 제가 쓰고 싶은 주제의 글을 쓰는 게 아닌

주제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글을 쓰는 것이기에 이번에 아주 값진 경험을 했네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도전을 해보고 싶네요.^^다들 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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