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소통하는 조직문화 만들기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주변 사람을 긴장시키고 싶다면, 소리 내어 말해 보세요.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아마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자판 치던 손을 멈추고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당신을 쳐다볼 겁니다. 조직문화의 정체성을 따지는 질문은 대개 위기 상황에서나 제기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회사 내 문화의 정체성을 고찰할 만한 사태, 조직의 급격한 성장이 발생하면, 새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통이란 무엇인가”, “회사란 무엇인가”.
저희는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입니다.
채용공고에 보이면 흠칫, 하게 되는 표현. ‘가족 같은 회사’입니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가족 같은 따뜻한 분위기를 장점으로 내세우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족 같은 친밀함을 핑계로 충성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먼저 떠올라 이제는 꺼리는 표현이 되어 버렸는데요. 팀원 모두 일당백을 해내야 하는 스타트업처럼 업무 이외의 스트레스가 사치인 곳에서는 더더욱 피하는 말입니다. 요즘은 ‘가족이 아닌 스포츠팀처럼 일합니다.’라는 표현이 더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가족이 아니고, 프로 스포츠 팀입니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공유한 <넷플릭스의 문화: 자유와 책임> 문서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입니다. 링크드인의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만도 본인의 저서 <얼라이언스The aliance>에서 같은 표현을 사용했고요. 팀원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면 잦은 인력 교체 속에서도 훌륭한 성취를 이뤄낼 수 있기에, 이직이 잦은 스타트업에 특히 어울리는 말입니다.
회사를 스포츠팀처럼 운영하기 위해서는 가족 같은 친밀함이 아닌 팀원 간의 신뢰감 형성이 중요합니다. 맡은 일을 프로답게 해결하는 것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일수록 최선의 팀워크를 만들기 위한 남다른 소통의 비결이 필요합니다.
서로 소통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는 스티브 잡스가 픽사 CEO였을 때 화장실을 건물 중앙에 배치한 사례가 유명합니다. 일 보러 가는 길에 우연찮게 마주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의도였는데요. 페이스북의 파티션 없는 책상과 "사람들을 가깝게 만들고 서로 대화하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협력을 가져온다"라는 마크 저커버그 CEO의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이라도 업무에 접점이 없는 팀원들이 대화를 나눌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성장을 거듭하며 팀원이 빠르게 늘어나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어떻게 팀원들끼리 자연스럽게 소통할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가족 같은 분위기 속 강제 회식보다 평화롭고, 건물 중앙에 화장실을 배치하는 것보다 더 쉬운 방법이 필요한데요.
3년 차 스타트업 옴니어스는 지난 3개월간 8명의 새로운 팀원 분들이 합류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다들 자유롭게 주 1회 리모트 근무 제도를 활용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는 날도 많은데요. 어떻게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저희가 도입한 제도는 ‘스무디 미팅’입니다.
옴니어스에서는 2017년부터 매주 금요일 스무디 미팅을 진행해 왔습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30여 분간 진행되는 스무디 미팅은 모든 팀원이 캐주얼하게 모여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회사의 새로운 소식도 이 자리 덕에 놓치지 않을 수 있고요. 일과 상관없이 편하게 수다를 떠는 자리이기도 해 귀여운 반려동물을 자랑하기도 하고, 최근에 재밌게 본 영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당시 회사 근처에 큰 스무디 카페가 있어 그곳에서 모이던 덕에 스무디 미팅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스무디 미팅에서는 평소 업무가 겹치지 않거나, 식사 자리에서 만나지 못했던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회사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팀원들이 어떤 일을 하며 그 성장을 만들어가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고요. 편안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커피와 함께 즐거운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한 주 마무리가 풍성해집니다.
종종 다양한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고 계신 분들께서 스무디 미팅 때 강연을 진행하시기도 합니다. <어쩌다 어른>, <효리네 민박> 출연 및 <문경수의 제주 과학 탐험> 등의 저서를 출간하신 과학 탐험가 문경수님께서 ‘잃어버린 호기심을 찾아서’를 주제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 주셨고요. 경향신문에서 <송민령의 뇌과학이야기> 칼럼을 연재하시며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 의 저자이신 송민령님께서 우리 뇌와 인간에 대한 신비한 이야기를 나눠 주셨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세계를 팀원들과 함께 마주하다 보면 인사이트는 물론 팀워크도 더욱 탄탄해집니다.
일주일에 30분 대화는 서로를 잘 알기에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커피 버디’라는 일대일 미팅이 부족한 시간을 채워주는데요. 2주에 한 번 사내 메신저인 슬랙 봇 ‘도넛’이 무작위로 짝을 지어 주면 그 짝과 일정을 맞춰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서로에 대해 자세히 알아가는 시간을 꾸릴 수도 있고,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사내 위키에 정리된 가이드라인을 따라 회사를 주제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아, 커피 버디 매칭에 재영님(옴니어스 CEO)은 빠져 있습니다. 재영님은 일주일에 2명의 팀원 분과 랜덤으로 일대일 미팅을 진행하시거든요. 일대일로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게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될 수도 있지만, ‘이 분이 이렇게 재밌는 분이었구나’ 하고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는 즐거운 시간입니다.
일박이일 워크샵을 가서 팀과 개인의 목표를 공유하거나, 하루 이틀 시간을 내어 큰 이벤트를 마련해 애사심을 높이는 것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큰돈과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팀원들의 소통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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