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넷
객석에 앉아 있던 나는, 어느새 연극의 관람자로 그곳에 서 있다.
아녜스와 윌리엄의 슬픔, 회한, 그리움, 사랑의 공유.
그 질량이 아프다.
극의 절정에 햄릿이 죽는 순간.
아녜스와 윌리엄은 무대를 퇴장하는 아들 햄넷을 본다.
그 뒷모습에 먼저 떠난 내 친구의 모습이 겹친다.
윌리엄은 아녜스에게 말한다. "햄넷은 어디 있을까?"
그는 아들이 떠난 세상에서 아들이 있을 자리를 찾는다.
영원한 이별을 사무치게 겪었으면서도,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천안, 부천, 화성 어디서든 세상을 욕하며 버티고 있을 것 같은 느낌.
금방이라도 휴대폰에 네 이름의 알림이 뜰 것 같은 느낌.
상실이 실감 나지 않는 인지의 부조화.
잊었나 싶으면 튀어나오는 괴리.
너무 잘 알고 있는 그 감각.
인류에게 길이 남을 역작 안의 주인공이었다면, 내 친구도 모두에게 기억될 수 있겠지.
요절한 아들에게 다른 형태의 생명을 불어넣은 윌리엄의 재능과 성과가 부러웠다.
세상에 머물다 간 친구의 29년을 기억하는 이는 채 백 명이 안 될 것이기에.
그러다 문득, 이런 유명세는 어쩌면 네겐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질긴 연결을 남기기보다 훌쩍 이별을 택해준 너였기에.
너를 세상에 잡아 두는 것은 네가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작품 중 왜 유독 이 영화에서 네가 보이는지 따지기도 싫다.
오랜만에 네 생각이 무거워 울었다.
어쩌겠어. 이 영화를 보고 네가 떠오른 것 또한 나의 자유다.
그저 이 글을 쓰며 슬퍼하는 것이 나의 전부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그날이 오면, 우리 웃으며 만나자.
아니, 먼저 좀 울게. 그리고 웃으며 얘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