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moiyaru Jul 26. 2023

골골송 대잔치.

어제는 회사에서 회식이 생기는 바람에 오전 8시 반쯤 회사를 나오고 무려 12시간이 지난 오후 9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아기 고양이를 혼자 둔 적이 없었기에 혼자서 외롭다고 삐악 대고 있지는 않을지, 외로움과 두려움에 떨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밥은 2개 그릇에 담아두고 나왔는데, 그동안 내가 집에 도착하지 않으면 혼자서 밥을 잘 먹지 않아서 혹시라도 굶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제부터는 내가 자는 시간대에도 나와서 밥을 챙겨 먹고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잘 놀기도 해서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느껴지기는 했기에 오늘도 잘 있을 거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부랴부랴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연 순간. 고양이 뀨꾸는 숨숨집에서 눈을 뜨고 나에게 아는 체를 해주었다. 밥그릇부터 확인을 했는데 2개가 텅텅 비어있는 걸 보는 순간, 기특하면서도 밥이 모자라지는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씻지도 못하고 바로 새로운 밥을 꺼내서 놓아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허겁지겁 밥을 먹는 모습 ㅠㅠ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웠다.

혼자서도 정말 잘 있어준 모습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고.


밥을 어느 정도 먹고 나서 쳐다보는 시선이 안쓰러워 쓰담쓰담을 해주었는데 골골~ 골골~ 골골송을 계속 부르며, 내손에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길을 거부하던 아이라서 직접적으로 손을 대는 건 최대한 자제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신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만져주었다.


아무래도 사람이고 동물이고 따듯한 손길을 좋아하는 건 매한가지인가 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어릴 때에는 엄마와 아빠의 손길을 많이 찾고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점이, 이제는 손길을 너무 좋아해서 계속 손만 쳐다보고 있거나 만져달라고 소리를 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일찍이랑 자기 직전까지 최대한 많이 만져주려 하고 있다.


처음에 잔뜩 겁에 질려있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골골송을 아주 잘 부르는 애교쟁이가 탄생했다..ㅋㅋㅋ


그리고 활동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점프력도 나날이 상승하는 중인데, 안정감을 찾으라고 만들어줬던 울타리를 조만간 뛰어넘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생겨나고 있다.. 물론 상관은 없으나 혹시라도 찾기 어려운 곳에 또다시 숨어버리거나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짐들을 여기저기 쏟아버릴까 봐 이 부분이 걱정이 된다.


아기 고양이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버리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들을 소중히 기억하려고 최대한 많이 사진과 영상을 찍으려 노력하고 있다.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그리고 훨씬 더 잘 적응을 해주고, 마음의 문도 활짝 열어주어서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운 존재. 우리 고양이 뀨꾸 사랑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