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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Aug 17. 2023

나 자신을 알아가는 삶 (feat. 분수에 맞는 삶)


이번 8월 연휴기간에 맞춰 부모님과 함께 여름맞이 여행으로 거제도 여행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끽하는 휴일을 제대로 즐기기 위하여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무려 5시간 동안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유명한 지역 맛집을 검색해서 이동했다. 방송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고 알려진 맛집에 들어섰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그런 것이었는지 예상외로 매장 내에는 우리 팀밖에 없었다. 

직원들은 늦은 점심식사를 정리하느라 어수선한 느낌이 있었다.


이어서 자리를 잡고 사장님으로 보이는 여성분께 맛있는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하니 친절하게 '멸치정식'과 '물회'를 추천해 주셔서 고민 없이 해당 메뉴를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여직원이 밑반찬과 요리를 서빙하였는데,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그녀는 말투며 행동이 하나같이 '나 일하기 싫어'를 분출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빛과 말투가 하나같이 불편하고 예민해서 성격 좋은(?) 우리 아빠는 반찬이나 필요한 물품을 요청할 때마다 '저기 미안한데, 죄송한데'를 앞에 붙이셨다. 이왕 놀러 와서 기분이 나빠지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냥 내가 나서서 가져오겠다고 서빙을 자처했다.


그리고 속으로 여기는 꼭 영수증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속으로 '왜 저러지?'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한편으로 드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나는 회사에서 일할 때 어떤 모습이지? 에 대한 자문이었다. 나도 한때는 그 아르바이트생처럼 얼굴의 인상을 구길대로 구기고 일한 적이 있었다. 상냥함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세상 모든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처럼 일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과중된 업무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던 때라 평상시 모습에서도 웃음기를 찾을 수 없었을 때인데 시간의 힘인지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의 내 모습을 회상하니 화가 나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본인이 하는 일에 어떠한 재미도 자부심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누구든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되거나 그 일을 하는 것에 단 한 가지라도 목적성이 없으면 아무런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하나하나의 일들이 전부 짜증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온몸이 거부하는 그런 일은 안 하니만 못하는 것 같다.


반면, 자신이 왜 이 가게를 운영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장님은 친절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그저 이것이 사장과 직원의 마인드 차이라고 생각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자부심에 기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에게 손가락질을 하기에 앞서 나를 돌아봐야 한다는 것을 이번 기회로 잘 깨달은 것 같다. 나 또한 누군가의 눈에는 그런 식으로 비친 적이 있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똑같은 시간을 어떠한 자세로 살아가는지는 본인의 선택인 것 같다.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해 자기 객관화를 잘하고 난 뒤, 그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본인이 한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렇게 살다 보면 현재 부족한 부분보다는 앞으로 채워나갈 것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보다 즐겁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러면, 최소한 하루종일 짜증 가득하던 얼굴과 말투에 조금의 웃음이 생기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결국 행복은 나의 분수, 나의 현재 상황을 잘 파악하고 그때그때 거기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들을 하며,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쌓아나가며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것들 혹은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나가거나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나만의 행복에 대한 새로운 기준점이 생겼다.


이번 여행을 통해 보다 객관적 시선에서 인생을 바라보며 좁아졌던 시선과 생각을 넓힐 수 있었다.

이래서 삶에는 '쉼'이 필요한 가보다. 


나는 앞으로도 나의 기준에 맞는 '행복'을 찾기 위해 나 자신을 먼저 제대로 알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나의 분수, 처지에 맞는 행복의 모양을 따라가며 나만의 행복으로 삶을 꾸려나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보다 더 친절하고 보다 더 웃을 수 있는 내가 될 것이다.



아 참,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의 얼굴을 봐서라도 영수증 리뷰는 참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현재 상황을 남들과 비교하는 것 없이 그저 오늘 하루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 집 고양이가 어찌 보면 진정한 인생의 스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며 싸고 싶을 때 싸는 것.

어쩌면 이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행복의 순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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