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선택에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나의 답변
요즘 나는 고양이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다. 고양이를 키우기 전과 비교할 때 절대적으로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그에 비해 수면량, 숙면량은 대폭 줄어들었다. 생명체를 케어한다는 것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고 있다. 친구가 키우는 반려동물을 보면서 좋은 점만 보고 쉬울 것 같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과거의 나 자신은 정말 무지했다는 사실도 깨우치고 있다.
하지만 뭐든 일들이 그러하듯,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나도 이번에 실제로 내 손으로 생명체를 키워보니 손이 가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특히나 공간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고양이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사고도 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주의가 요하는 동물이라는 걸 절실히 깨닫고 있다. 이로 인해, 나는 누군가에게 진정 어린 조언을 해줄 수 있게 되겠지. 마치 내가 발목을 다쳐 수술을 하면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걷고 뛰고 생활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요즘 부쩍 줄어든 수면량 때문에 평상시 운동이나 활동을 하고 난 뒤 체력을 회복하고 보충할 시간을 갖지 못하여서 계속해서 몸에 만성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힘을 내보려 하지만, 체력적인 한계는 나도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이라 철근을 두른 것처럼 무거운 어깨와 등은 가벼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한동안 괜찮아졌던 외이도염 또한 다시 재발하여 병원을 찾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나를 돌보지 못할 정도로 무언가에 애정을 쏟는 일이 굉장히 무식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 이전의 삶에서 나에게 이만큼 소중한 대상이 있었나?라고 물어본다면 없었던 것 같다. 무언가를 이 정도로 아껴본 적도 없었던 것 같고 무엇보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의지와 마음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내 한 몸으로 이 세상을 살아내기에 급급했다. 당장 먹고 자고 사는 것에 대한 걱정이 더 컸던 나는 오로지 나 자신의 평안과 행복만을 중시하며 살았다. 지금은 많이 여유를 찾아서인지 고양이를 내 자식처럼 귀하게 여기며 헌신하고 있다. 이게 맞는 건가? 싶으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잘은 모르겠지만, '사랑'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이 아이를 케어하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끝까지 하는 힘'인 것 같다. 나는 원래 결심을 잘하는 사람이라 이런저런 일들을 무심결에 많이 저지르는 편이다. 당장의 체력으로 3개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저지르고 난 뒤 하나 정도는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해내지만 나머진 체력부족 또는 부상 등으로 중도에 포기해 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나는 지금도 몸이 계속 안 좋은 쪽으로 기울어가다 보니 이번에 한 내 선택에서도 혹여나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오래 하려면 천천히 해야 하고 무리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해서는 분명 고양이를 키우다 내가 먼저 쓰러지고 말 것이다. 고양이와 잘 공존하고 싶기에 다른 일들을 줄여서라도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고 면역력 강화를 위해 힘쓰며 아픈 부위에는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로 한다. 고양이가 나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렇게 급하게 가지 말고 천천히 가라고 알려주는 지혜로운 스승 같기도 하다. 더는 무리하지 않고 고양이와 함께 보폭을 맞추며 걸어 나가기로 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해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