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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Jun 23. 2021

차량 시승과 연애와의 관계

최근 자동차를 바꾸려고 잠깐 마음을 먹었던 시기에 차량 시승을 하며 요즘 나의 최대 고민거리인 연애와 비슷한 점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먼저, 차를 알아보다 보니 세상에는 수십수백 종류의 자동차가 있다는 것과 그중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지 어떤 차종을 선택할지 그리고 어떤 옵션에 어떤 색상의 차를 선택할지 등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선택지의 폭을 좁히기 위하여 먼저 나는 구입 가능한 가격대를 설정하고 그 가격대 내에서 마음에 드는 차량을 골라 차량 시승을 해보기로 결정하였다. 차량 구입에 대한 필요성이 생기니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자동차 시승센터도 알아보게 되고 관심이 가는 차종에 대해서는 업체에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서 시승 예약을 잡기도 했다.


직접 차량을 운행해보니 그냥 사진으로 봤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주행감이며 승차감이며 하물며 실내 사운드까지 느낄 수 있어 차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그 시간들이 굉장히 유익했다. 그리고 시승을 할 때 영업사원분께서 설명해주는 내용을 들으며 해당 차량 정보 외에도 자동차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다. 


그렇게 여러 차종들을 탑승해 보다 보니 나의 취향에 맞는 자동차가 어느 정도 추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차량을 선택하는 기준은 그냥 봤을 때 이뻐서 일 수도 있고, 편해서 일 수도 있고, 가격대가 괜찮아서 일 수도 있고, 그냥 전부터 원하던 브랜드라 서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제각기 다른 사연과 이유를 갖고 차를 구입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차를 타볼수록 나만의 기준이 잡혀가고 있었다. 내 기준은 내가 선호하는 브랜드에 내가 탔을 때 가장 편하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고 질리지 않고 오래 탈 수 있는 모델, 조금 가격대가 있어도 안정성이 있는 모델이었다. 그리고 타고 싶어지고 운전하고 싶어지는 그런 설렘을 주는 차라고 결론지었다.


그렇게 나에게 맞는 차량을 고르면서 문득 최근 짧은 만남과 이별 후 자존감이 떨어져 있던 나의 사람 보는 눈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하물며 내가 타는 차를 고르면서도 이렇게 오랜 시간과 노력과 공을 들여 알아보고 나에게 맞는 차를 알아내기 위해 여러 번 탑승해보는 수고로움을 겪으면서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를 고르는 과정에서는 왜 그렇게 노력을 하려고 안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눈앞에 완벽한 운명의 상대가 짠~ 하고 나타나 주길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인생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는 연애를 시작할 때 그저 눈앞에 나타난 사람들을 아무 생각 없이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선행하여 스스로에 대한 탐구를 먼저 했어야 했다. 나는 어떤 사람에게 끌리고, 어떤 사람을 원하고 있으며, 어떤 사람과 함께할 때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끼는지 등을 따져 보고 거기에 부합하는 사람을 만나려 노력했어야 했고, 어떤 사람을 만나든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장점에 더욱 집중하며 좋은 관계를 구축하려 노력했어야 했다.


위에서 연애를 차량 시승에 비유한 것처럼 여러 차들을 타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는 이런 차가 좋고 잘 맞는구나라고 느껴지는 시점이 온다. 타협이 불가한 최소한의 나만의 기준이 생기는 시기가 온다. 연애 또한 비슷하게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진짜 나에게 어울리는 짝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갖추게 될 것 같다. 그래서 무엇이든 많이 경험해보라고 하는 어른들의 말은 틀린 게 아닌 것 같다.


이번 차량 시승을 통해 연애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짝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거기서 발생되는 이별은 그저 슬프고 아픈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더 나은 짝을 찾기 위한 필수과정이라는 결론을 내게 되었다. 엇갈린 인연들은 서로가 못나서라기 보다는 서로 인생을 살며 자신이 원하는 이성상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만난 한 사람인 것일 뿐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별은 슬픈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알게 해 준 상대를 만난 고마운 일인 것이다. 이별 후 상실감에 빠진 사람들이여, 이제 훌훌 털어버리고 나에게 맞는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자.


이번 차량 시승을 통하여 나는 나에게도 내가 그냥 끌리고 갖고 싶어지는 차량이 있듯이, 사람 또한 마찬가지일 거라고 느끼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은 똑같지만 세상에는 이런 나의 모습을 부족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최고로 바라봐 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별을 겪고 자존감이 떨어진 나에게 그렇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 사람이 떠난 이유는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그저 맞지 않았을 뿐이라고.


물건이든 사람이든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없다. 다만, 거기에 들이는 나의 시간과 노력이 커질수록 그것들은 우리 안에서 높은 가치를 갖게 되고 대체 불가능한 것이 되어간다. 나도 이제는 연애를 하기에 앞서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사람이 아닌 내가 함께 있을 때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가치를 내 안에서 조금씩 키워나가기로 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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