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차를 끈다 - 1편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 [=과유불급]

by omoiyaru

경차를 끌다 보면 누군가의 인격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손쉽게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굳이 추천하고 싶은 경험은 아니다)


나는 그간 나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으로 경차를 끌면서도 꿀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시선들을 가뿐히 무시할 정도로 나름 나와 내차에 대한 부심? 이 있었다. 차가 고장이 나지 않는 한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나의 인생 첫차인 경차는 내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직접 모은 돈으로 구입한 첫차이기도 하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하였기에 의미가 있는 존재였다. 물건에 불과하지만 몇 년에 걸쳐 함께 수많은 곳을 다니다 보니 정도 들어 이제는 가족과 같이 느껴질 정도로 나에게는 소중한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외제차를 끄는 사람과 친해지며 그 사람과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언제부터인지 나는 내차에 대해 ‘창피하다’는 감정을 갖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나도 결국 좋은 차를 욕심내는 사람이었구나, 그동안 경차로 만족한다고 하던 나의 말들은 자기 위로에 불과했구나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얼른 나도 차를 바꿔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한동안 국산차, 외제차 할 것 없이 엄청나게 새 차를 알아보고 시승을 하러 다녔다. 그러다 보니 눈은 한도 끝도 없이 높아져서 마지막에는 내가 쓸 수 있는 돈보다 2배는 비싼 차까지 보고 있었다. 차를 구경하러 가서 영업사원이 기존 차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경차라고 대답을 하면서 나는 또 ‘창피하다’는 감정을 느끼며 초반보다 더 무리를 해서라도 더 좋은 차를 끌어야겠다는 욕망을 스스로 키워내고 있었다. (실제 영업사원 중 등급이 높은 차를 보지 않는 경우, 친절하지 않게 대응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점점 산으로 가던 나는 마지막으로 정말 내가 원하던 드림카를 타보고 난 후, 이상하게도 차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반대로 사라져 버렸다. 드림카를 끌려면 지금 내가 가진 돈보다 2배는 무리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과유불급이라고 무엇이든 무리를 하면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오히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좋은 차를 끌면 그만큼 안정성도 높아지고 타는 차에 따라 주변의 시선도 달라지고 좋아질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것이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꾸겨 입어야 하는 사람처럼 '불편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지금 내가 정말 필요에 의해 차를 바꿔야 하는 시점이라면 필요에 따라 무리를 해서라도 차를 살 필요성이 있겠지만 내가 차를 바꾸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었기에 굳이 무리를 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물론,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내가 좋은 차를 타면 나를 보는 시선과 행동이 바뀌는 사람들은 생길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 차를 끄는 ‘나’라는 사람은 내가 어떤 차를 타든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좀 더 괜찮은 나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나를 위한 경험과 사람들과의 만남에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모든 포커스가 좋은 차에 맞춰져 차만 사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지만,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선택이 꼭 좋은 차만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 왜 내가 경차를 탄다는 것을 창피하다고 느꼈던 걸까? 나도 내가 느낀 이 감정들에 대해 정확한 답이 나오지 않아 보다 자세히 나를 알아보고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 일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기로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2편에 이어서 자세히 이야기를 풀어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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