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빠져있는 노래가 있다.
바로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라는 곡이다.
이 노래는 요즘 기분을 업시키고 싶어 억지로라도 신나는 노래를 들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내 삶 속에 소리 없이 다가와 어느샌가 마음속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노래이다.
노래의 시작을 알리는 첫 소절부터 ‘와 이거 내 이야기다!’싶을 정도로 공감이 가는 가사들이 빼곡하고 웅장하면서도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노래 전반적인 분위기가 아련한 감성을 자극한다. 수많은 가사 중에서도 내 마음에 다가온 가사는 바로 ‘내게 긴 여운을 남겨 달라’는 가사였다.
긴 여운을 남겨달라는 말이 나는 단순히 연애를 하며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겨달라는 뜻이려나 싶었는데 ‘여운’이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니 소름 끼치게도 ‘떠난 사람이 남겨 놓은 좋은 영향’이라는 뜻이 나왔다.
내가 단어의 뜻풀이를 보며 소름이 끼쳤다고 표현한 이유는, 내가 했던 지난 연애들 중 기억이 남을 정도로 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했을 때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항상 나도 저 뜻풀이와 같은 ‘긴 여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내가 좋아했던 사람과의 이별 후 항상 나에게는 ‘긴 여운’이 남아 그 사람을 쉽게 잊지 못했다. 그리고 그 여운들은 내 자신도 바꾸기 힘들 정도로 고집이 센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그런 사람과의 만남은 내 인생에 가장 좋은 추억이기도 하고 가장 나쁜 추억이기도 하며 가장 감사한 추억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 주고 그런 나를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그들의 존재에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행위를 직접 해보며 나는 나에 대해서도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내가 구 남자 친구를 위해 했던 행동들은 사실상 사랑을 필요로 했던 내가 너무나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사랑의 모습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라는 곡은 나의 연애스토리의 기승전결을 아름답게 표현해 준 노래인 것 같다. 사랑하던 때의 나의 모습, 아름다웠고 행복했고 더없이 사랑했던 나의 모습, 그리고 헤어짐으로 인해 상대를 떠나 보내며 힘들어 하던 나의 모습, 그간 함께 했던 모든 사랑했던 시간이 가슴속에 남아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 모습, 수많은 나의 모습이 담긴 노래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웃으며 사랑을 했던 모든 기억들을 이런 노래와 함께 아름답게 회상할 수 있게 된 내 자신이 나는 너무 좋다. 예전같으면 울고 슬퍼하고 애절하게 들었을 노래가 이젠 아름답게 들리는 걸 보니 인간적으로 내 자신이 성장했음을 알려주는 노래이기도 한 것 같다.
이별은 슬픈 것만이 아니라는 걸, 눈부시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이 노래를 들으며 느꼈다. 나는 이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그와 함께 나눈 모든 기억들을 고이고이 정성스럽게 접고 있는 모습이 상상된다. 그런 상상을 하면 심적으로 굉장히 편안해진다.
이게 바로 내가 요즘 이 노래에 빠져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