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들이 다 의미 없게 느껴지며,
열심히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때
요즘 나는 그런 시기를 겪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살아왔던 시절들 만큼이나
열심히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지 않다.
최근 잇따른 실패를 맛본 후 여태까지 열심히 살아오던
나는 벽이 높은 장애물에 부딪혀 무너져 내려버렸다.
과거의 나라면 다시 일어나서 걸어보려, 한계를 뛰어넘어보려
노력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무기력하게 그저 바닥을 나뒹굴고 있다.
애초에 열심히, 열심히만 해오던 것들에 대해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떠한 일에 대해서고 열정과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열심히 살아지지 않을뿐더러,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다.
그저 지금은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다.
몸이 축 쳐져있다 보니까 점점 더 무기력해져만 가서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머릿속으로는 죄책감을 느껴지지만,
막상 몸을 움직이려고 하면 너무나 힘이 들어온다.
그렇다 나는 지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는 상태인 것이다.
예전의 나는 이렇게 무기력한 나 자신을 혐오했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더한 채찍질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나를 제대로 쉬게 만들지 않았다.
여태까지의 나는 아주 착한 경주마처럼 시키는 대로
힘들어도 다시 일어나서 달렸고,
다시 달릴 때에는 그 전보다 더 힘을 내서
더 열심히 달렸다.
그래야 지만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었기에
그렇게 강하고 멋진 나로 있어야만 내가 나를
당당하게 여길 수 있었기에 나는 늘 무리를 해야만 했었다.
나는 열심히 살지 않는 나를 싫어했었다.
열심히 살지 않는 건 게으르고 나태하고
굉장히 안 좋은 거라고 나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괴롭고 싫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달리기만 해서는 잠깐은
남들보다 빨리 달릴 수 있을지 몰라도 계속해서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오래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생길은 단순히 스피드로 판가름될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더 이상 지금의 내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로.
내가 나다움을 유지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오래가기 위해서는 나만의 보폭을 찾아 나만의 템포로
중간중간 휴식도 취해가고 영양분도 섭취해가고
주위도 둘러보며 그렇게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 나는 그 과정 속에 있다고 그렇게 믿기로 했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경주이다.
그런데 나는 마라톤 시합에 출전해서는 마치 단거리 시합에
나간 선수처럼 코앞에 놓인 것만 바라보며 달리고 있었다.
지금은 쉬어갈 타임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쉬면서 에너지가 충전이 되고 나면 분명 다시
기운을 차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열심히
살아갈 나라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기에,
그리고 그런 나는 나를 믿기에.
지금의 이런 나약한 모습의 나도,
힘들어도 이겨내고 달려가던 나도,
모두 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여러 모습들이다.
이제는 열심히 나를 먼저 사랑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