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까지만 해도 나는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외롭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매일같이 대화할 상대가 없는 지금의 내 상태가 고독하고 쓸쓸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평상시에는 연락을 하지도 않던 오래전 연락이 끊어졌던 지인들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그들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내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잠깐 동안 연결된 그들과 겉치레적인 안부인사를 주고받고 나자 다시금 외로움이 찾아왔다. 이번에 찾아온 외로움은 지금 외로운 내 상태를 이해해주고 따뜻한 말을 해줄 수 있는 '내 사람의 부재'에 대한 외로움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아서 생기는 외로움은 그 누구로부터도 어떤 식으로도 채울 수 없는 영역이었지만, 그때에는 외부에서 그 외로움을 채워 넣으려고만 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외롭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그 외로움을 채워주길 바란다거나 그렇게 행동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는다는 것은 애초에 내가 갖지 못할 비싼 물건을 동경하며 그것이 왜 내 것이 되지 않는지에 대하여 불평불만만 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것 같다. 그렇게 어리광을 피워봤자 나의 상황도 인생도 바뀌지 않는데 말이다. 바꿔야 할 것은 내 안에 존재하는 외로움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과 태도였다.
우리에게 생기는 여러 감정들 또한 결국에는 비슷한 이치로 작동하는 것 같다. 지금 당장 해소시킬 수 있다면 어떤 행동을 통하여 그 감정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해소시킬 수 없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그럼 그 감정을 해소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지를 연구하는 게 더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오랜 시간 사람에게 의지하지 못하고 지내온 나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당장 나를 좋아해 주고 나의 외로움을 채워줄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 정말 마음을 나누고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경험일 것이다. 정말 값어치 있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는 마음과 더불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운동으로 근육을 만들 때에도 공부를 통하여 어떤 자격을 취득할 때에도 우리는 진심을 다하여 그것을 원해야 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만 한다. 모든 것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는 자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았다면 올해에는 가치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통해 좋은 관계들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노력을 해보고 싶다.
외롭다는 감정을 통해 많은 생각을 반복하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연락이 오지 않는 핸드폰은 외로운 게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왜냐하면 연락이 없는 휴대폰을 보고 불행하다고 생각한 것은 하나의 판단에 불과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대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그것은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말처럼 주변 사람들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것은 어찌 보면 내 주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무사히 잘 보내고 있다는 것 아닌가?
내 주변 사람들이 어려움 없이 자신들의 인생을 잘 보내고 있기에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생각하고 나니 마음 한편에 있던 외롭다는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연락이 없는 휴대폰이 오히려 고마워졌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바로 내 주변 사람의 평안이다. 그 평안이 이루어지고 있는 오늘 하루를 내가 불행하게 생각할 것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다다르니 내 마음은 구름처럼 자유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