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는 한 번씩 고독한 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고독한 시간이라는 것은 대부분 평범했던 일상에 이별, 실패, 배신, 사고와 같은 부정적인 일들이 발생하면서 찾아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고독한 시간을 마주하면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해지고 두려워하기도 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나 또한 그랬다. 나는 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빨리 빠져나가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혀 평상시와 다르게 과격하고 돌발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고, 세상을 향한 원망만을 표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에게 주어졌었던 과거의 고독한 시간들은 고통스럽기만 한 시간이 아니었으며, 결코 쓸모없는 시간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 인생에 꼭 필요했던 시간들이었다. 나는 이 시기에 고독함을 견뎌내기 위하여 가장 많이 책을 읽는데 시간을 쓰고, 다양하게 휘몰아치는 감정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평소보다 많은 글을 쓴다. 과거에 내가 쓴 글 중에 다시 봐도 마음에 드는 글들은 보통 다 고독한 시기에 작성된 것들이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시기에 나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기도 한다. 평소에는 챙겨주지 못했던 나 스스로를 돌보며 어지럽혀져 있던 내 주변을 정돈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평온하면서도 건강한, 그리고 깊이가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고 느낀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니 고독한 시간은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닌 '선물과 같은 시간'이라고 느낀다. 고독한 시간은 외부에 쏠려있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주고, 지쳐있던 심신을 다독여주는 회복과 치유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시간을 잘 거치고 나면 나는 다시금 잔잔한 호수처럼 가장 평온하고 안정감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갖게 된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내다 보면 궁극적으로 모든 일도 잘 풀릴 것이다.
'고독한 시간'은 결국 혼자서도 외롭지 않은 인간이 되기 위하여 꼭 필요한 과정인 것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도 온전히 내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에도 행복할 수 있다.
지금 나는 그 길을 다시 걷고 있다. 고독한 시간이 찾아온 당장에는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 놓여 어쩔 줄 몰라했으나 그 시간을 겪어냈던 과거의 경험들을 떠올리며 나는 결국 반드시 안정감을 찾아낼 것이고, 더 깊고 고요한 호수를 담은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마음의 동요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래서 이왕 찾아온 이 시기를 마음껏 누리며 잘 활용해 보려고 한다. 그동안 밀려있던 보고 싶었던 책들을 마구 읽고, 브런치에도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글로 마음껏 써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배워보고 싶었던 것들도 배우며 오로지 나만을 위해 시간을 쓸 생각이다. 나에게 선물같이 주어진 이 시간을 잘 보내고 더 멋지게 성장할 내 모습이 너무나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