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사무치게 외롭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요동치게 되면 일연 내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이 느껴지고, 이 세상에 나 홀로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감정이 요동치다 보면 너무나도 견디기가 힘들게 느껴져 어쩔 줄을 모르게 되는 기분이 든다.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극심한 감정의 폭풍우를 30대가 되면서 더욱 심하게 느끼게 되었는데 이렇게 감정이 휘몰아칠 때면 혼자 견디기에 힘에 부친다.
어제도 영어회화 공부를 하기 위해 학원을 잘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급격한 외로움을 느꼈다. 그래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훑으며 연락할 상대를 찾았지만, 선뜻 손이 가는 상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얼마 안 되는 지인에게 연락을 해보아도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바로 응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거기서 나는 비참하다고 느꼈다. 세상에 나를 원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유독 어제는 사소한 일 하나에도 전부 다 감정이 온전히 들어가 슬픔을 몇 배로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연락이 오지 않는 휴대폰은 가방에 집어넣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양재 꽃시장이 눈에 띄길래 바로 들어가서 식물들을 사 왔다. 예전에는 식물을 키우는 걸 정말 못했는데 요즘은 애정을 담아서 정성스럽게 식물을 잘 키우고 키우고 있다. 그렇게 내 방에는 식물 식구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집에 오자마자 나는 미친 듯이 새로 사 온 화분들을 예쁜 화분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그렇게 하나의 일에 집중을 하다 보니 외로운 마음이 조금은 가신 것 같았다. 분갈이를 마치고 나서는 허해진 마음을 채우기 위해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였다. 요즘은 예능을 보아도 그다지 재미가 없어서 차라리 그 시간에 유튜브를 보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특히 인간관계, 외로움, 공허함, 자존감 등에 관련한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위로를 받기도 하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현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요즘 들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틀어놓고 있는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를 듣다가 한 유튜버가 하는 말에 갑자기 눈이 번뜩했다.
그 유튜버의 말은 너무 외롭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에는 그냥 내가 아는 사람들이 다 이민을 갔다고 생각해보라는 말이었다. 자꾸 외롭다는 감정이 든다면 지금 현 상황에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이 이민을 갔든 어디로 떠났든 다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혼자 남겨졌을 때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이 이민을 갔든 어디로 떠났든 다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혼자 남겨졌을 때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라는 말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지금의 나에게 그 상황을 대입시켜 보니, 확실한 위로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이 다 떠나 지금 내가 홀로 남아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이유가 계속해서 요동치던 마음이 평온해져 갔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상황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연락으로부터 해방되는 기분이 들고 연락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마음이 순식간에 변하고 나니 너무 신기해서 내 마음을 다시금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왜 어제만 해도 그렇게 감정이 소용돌이쳤는데, 지금은 안 그럴까?
그 이유는 그동안 내 마음속에서는 누군가의 연락을 바라고 있는 마음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염없이 사람들의 연락을 기다리며 외로워하고 있는 내가.
누군가가 나를 찾아주고 사랑해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보듬어주고 챙겨주길 바라는 마음가짐이었기에 그게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 스스로 불만과 답답함을 가졌고, 그 감정이 나아가서 고독하고 외롭다는 심리까지 확장되었던 것이다. 애초에 그런 기대심리를 버리고 나자 오히려 타인의 연락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타인으로부터의 연락 그리고 외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생각나기 시작했고, 그 일들에 예전처럼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외로움에 사무치는 누군가가 있다면, 나처럼 발상의 전환으로 괴로운 마음에서 최대한 빠르게 벗어나 여유롭고 평온해진 마음으로 자신의 인생의 시간을 더 멋지고 여유롭게 향유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