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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30대, 요즘 이야기

by omoiyaru


오늘은 방황하는 30대의 솔직한 이야기를 작성해보고자 한다.

나와 비슷한 고민과 감정을 느끼고 있는 30대 분들이 계시다면 같이 공감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요즘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한창 내 인생을 꽃피워 나가던 때, 20대의 나는 하루하루 치열한 삶을 보냈었다. 남들보다 더 나은 것 혹은 더 좋은 것을 갖고 싶다는 욕망 또는 시기와 질투가 내 마음에는 항상 가득했었고, 과거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그 충만한 의지로 치열한 경쟁사회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하루하루를 살았었다. 원하는 것들을 목표화 시키고 수치화시켜서 그것을 기한 내에 이루어 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나에게는 외롭다는 생각조차 사치였다. 하나를 이루어 내도 그 위를 다시 바라보며 더 해야 돼!라는 생각만을 하며, 앞만 보고 무리하는 삶을 살았다.


그러던 내가 작년에 백신 접종을 맞은 후 생사를 오가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을 정도로 심한 후유증을 겪은 후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바뀌게 되었다. 당장 내일이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인데 매일같이 경쟁 속에 내던져져 힘겹게 고군분투만 하며 살았던 과거의 내 인생이 너무 안쓰러웠고,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사는 삶이 아닌 그저 사람들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삶이 허망하게 느껴지기도 한 것이다. (내가 죽으면 끝나버릴 인생인데..)


이때 나는 저 멀리 아득한 골인점을 향해 정신없이 달리던 말의 고삐를 놓아버린 것과 같은 상태가 되었다.

갑자기 고삐가 놓인 말은 정신없이 사방으로 날뛰고, 나는 그 말 위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는 기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정신없이 달리던 말의 고삐를 놓아버리니 어디로 어떻게 어떤 식으로 가야 할지 완전히 인생의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 상태로 그저 여기저기를 방황하고 있는 모습이 된 것이다. 나는 여태껏 항상 주위에서 좋다는 것, 남들이 보기에 멋있어 보이는 것들에만 집중하며 살았던지라 갑자기 그 모든 허망한 것들을 놓아버리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왔다. 말 그대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상태인 것이다.


주위의 시선으로부터는 너무나 자유로워졌지만, 반대로 나를 옥죄던 수많은 잣대가 사라지자 세상에 붕 떠버린 기분이 들어왔다. 내 안에 아무런 기준점이 없는 상태에서 정신적인 자유를 얻게 되니 오히려 방황의 폭이 더 커지는 것 같다. 늘 남들에게 칭찬받고 인정받을 만한 일만 벌이고 생각하던 나에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정신적인 상태가 주어지자 그것을 감당해내는 것이 나에겐 오히려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분명 마음적으로나 정신적으로는 너무나 편안하지만 엄청나게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감정이 공존한다. 그래서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해보려는 마음이 들다가도 어느샌가 남들에게 의지하려 하고, 남들이 좋다고 할만한 것들을 찾으려 하는 내가 튀어나온다. 내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삶이 어렵게 느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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