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굉장히 오랜만에 친구와 다툼을 하게 되었다. 음..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내가 친구의 마음이 상할만한 말을 했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내가 듣기 싫은 이야기를 하는 친구의 입을 막고 싶어 더 강한 어조로 쏘아붙이며 상처되는 말을 내뱉었다.
그 친구 말로는 나름대로 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말을 한 것이라는데, 내 기준에서는 전혀 원하지 않는 첨언이었으며 과한 오지랖이었다. 왜냐하면 최근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나는 좁고 깊은 관계를 주로 쌓아왔었다. 새로운 만남에서 오는 두려움보다는 기존의 관계에서 오는 편안함에 기대어 안주를 하는 삶을 살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두려움 넘어서 폭넓은 인간관계를 영위하고 유지하고 있으며, 이 새로운 만남들 속에서 좋은 자극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
나의 이런 내면의 욕구에 부응이라도 하듯 최근 내 주변에는 새로운 만남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나는 또 그런 만남 속에 잘 어울리며, 이제는 더 이상 사람을 고파하지 않고 한결 여유롭게 인생을 즐기고 있다는 기분이 들고 있다. 인간관계가 좁을 때 오히려 나는 외로운 순간이 더 잦았고, 진정으로 내가 필요한 순간에 주위에 사람이 없었다.
깊고 좁은 관계를 유지하던 나에게는 수시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친구의 수가 적었고, 소수의 친구들에게 지속적인 연락을 하다 보니 친구들 역시 본인들의 일로 바빠서 내 연락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느낌을 받지 않기 위해 이제는 다양한 모임에 속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그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이렇듯 내가 새로운 만남에 더욱 치중하는 삶을 살며 여유가 생기자, 기존 친구들이 위협을 느끼는 건지 뭔지 모르겠으나 갑작스럽게 만나자는 연락을 해오고 있다. 현재의 내 외로움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달래주고 있는 건 오래된 친구들보다는 새롭게 사귄 친구들이 맞다. 오래된 친구들이 외롭게 만들었던 자리를 현재 새로운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활 속에서 충분히 행복감을 느끼며 안정감을 찾는 나에게 갑자기 오래된 친구들의 갑작스러운 만남 요청은 내심 내 기분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건 아마도 내가 필요로 한 순간에는 핑계를 대며 약속을 미루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태로를 돌변한 모습이 어딘가 께름칙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연락을 최대한 피해봤으나 계속해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기에 결국 오늘 내가 느낀 불편함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했더니 그것이 너무 직설적이었던지 이 친구에게는 상처가 되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친구는 끝까지 본인의 무례함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그저 나에게 서운함만을 토로하며 어리광을 부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사람은 조금 친해진 것 같으면 함부로 남의 인생을 재단하고 평가하려고 할까? 내 삶은 나의 것인데 왜 본인들이 보고 판단한 것으로 원하지도 않은 평가를 해가며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걸까? 타인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또한, "친구"라는 이유로 본인이 원할 때만 일방적으로 해오는 필요에 의한 연락도 극도로 싫다. 과연 그런 식으로 접근해오는 그들을 진정 "친구"라고 부르는 게 맞는 지도 잘 모르겠다. 나는 부르고 싶지 않다.
사람이 힘든 순간이 오면 그때 진짜 내 사람이 구분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적어도 내가 힘들 때 곁을 지켜줬던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내 마음은 반발심이 생기는 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