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것이 없는 관계만큼이나 Clean 한 관계는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없으니 기대하는 것도 없다.
기대하는 것이 없으니 실망할 것도 없다.
이런 관계는 서로 마음 편히 소통할 수 있다.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에 있어서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깊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나는 그 사람에게 바라는 것이 없고, 그만큼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가끔 주위를 둘러보면 무언가 바라는 마음으로 연락을 해오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답을 해주지 않으면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짜증을 부리기도 한다.
그런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은 괴롭고 힘이 든다.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고, 나는 그것을 들어줄 의무가 없는데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내 시간과 감정과 에너지가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나에게 바라는 것이 없는 관계가 더 편하다고 느껴진다.
나 또한 그들에게 무언갈 바라지 않기 때문에 그냥 그런 편안한 마음 상태로
같이 보내는 하루에 만족할 뿐이다.
바라는 것이 없는 관계라는 게 이처럼 좋은 것인지 요즘 들어 알아가고 있다.
굳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가 모두 의미 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딱히 내가 모든 사람에게 특별한 존재가 될 필요도 없다.
내가 누군가의 인생에서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 한 명이 된다고 할지라도 스쳐 지났던
그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를 채워주는 역할을 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니겠는가.
과거의 나는 내가 관계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이 되고자 했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애썼던 거 같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은 오히려 사람들을 대할 때 마음이 너무나 편안하다.
어떤 관계든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니 새로운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도 관대해졌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해지기까지 나에게는 실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게 사람들을 대할 수 있는 기반에는 "나는 나 혼자로 이미 온전하다"는 마음이 깔려 있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사랑받지 않아도 나는 이미 나 혼자로 충분하다는 것을 인지한 이후부터
인간관계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이 상태가 되면 무의식적으로도 남들의 시선과 행동에 구애받지 않게 된다.
그래서 어떤 모임을 가더라도 나대로 행동할 수 있고,
그 안에서 휩쓸리지 않으며 나만의 자리를 굳건히 유지한다.
그들과 나는 서로의 인생에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니 그저 그 순간을 즐기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새로운 만남을 가지러 나는 모임에 나간다.
그 과정을 즐기는 과정 속에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