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여야당의 치킨게임을 보며
윤석열 비상계엄 이후로 그동안 우리 법체계 한쪽에 잠자고 있던 계엄과 내란에 대해, 그리고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토대로 탄핵 가능성에 대한 여러 고찰들이 발행되고 있다. 사견으로 비상계엄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계엄법이 명시한 비상계엄 선포 요건대로 “(행정부 추진 정책에 대한 예산 삭감으로) 행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 맞는지, 또한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토대로 한 탄핵 가능 사유 중 “국회의 입법 기능을 침해한 경우”에 이번의 침해 ‘미수’가 해당하는지 등은 탄핵안 가결 이후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나까지 이에 대한 글을 양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외려 이 글에서는 개인의 사욕을 위해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양당을 비판하고자 한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이라는 헛발질을 하기 전부터, 윤석열 탄핵 집회는 광화문에서 지속적으로 조직됐었다. 맨 앞줄엔 당연히 이재명을 위시한 민주당의 얼굴들이 촛불을 들고 자리했다. 이재명은 현행법 위반 혐의로 다섯 개 재판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를 동원해 왔다. 자신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내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2025년도 정부 예산을 편성할 때는, 검찰의 특별활동비를 전액 삭감하는 등 보복적인 태도로 임했다.
지난 11월 이재명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상고해도 원심이 유지되면 조국과 같은 운명에 처한다.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의원직이 상실된다. 선거법에 따르면 2심과 3심은 각각 앞선 판결이 내려진 이후 3개월 안에 치러야 한다. 1심이 2024년 11월에 났기 때문에, 2심은 2025년 2월, 3심은 2025년 5월에 모든 결론이 나게 되는 셈이다. 이재명이 하루라도 빨리 대선을 치르고자 하는 이유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정부가 임명하는 모든 인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전 등의 예산을 삭감하고 재생에너지 같은 전 정부 사업 예산 증액을 확정했으며, 김건희특검법을 무한대로 재발의했다. 정치보단 ‘도발’인 셈이었다. 긁혔으면 들어와 보라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것이 윤석열이 자진 하야를 하지 않고, 탄핵 정국으로 끌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탄핵안은 가결된 후 헌법재판소에서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게 된다. 그러니, 바로 대선을 치르기보다는 적어도 이재명의 피선거권 박탈까지는 버텨보겠다는 계산인 듯하다. 한동훈 또한 처음에 탄핵을 적극 찬성하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탄핵안 표결에 보이콧한 걸 보면 그 계산에 동의한 듯하다. 김재섭 등 한두 명씩 이탈표가 나와서, 14일에는 탄핵안이 가결될 수 있다는 희망이 나오고 있지만, 탄핵안에 찬성하겠다는 개별 의원의 언론플레이 자체를 순수히 믿기는 어렵다. 국민의힘에서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에게 더 큰 유인을 약속할 수 있고, 적어도 표결일까지는 더불어민주당이 언론플레이 이외에 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도 부결되면 일주일을 더 끌 수 있다.
문제는 이 모든 행태의 중심에 국민은 없고 양당의 이해관계만 남았다는 것이다. 비상계엄 이전부터 행정부 산하 주요 기관장 탄핵을 통한 직무정지로 국정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았고, 이제 비상계엄 이후로는 과제를 해결할 국정 동력 자체를 잃어버렸다. 이 정치 밥그릇 싸움에서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일 것이다. 롯데그룹은 신동주, 신동빈의 경영권 전쟁으로 디지털 전환의 시기를 완전히 놓쳤다. 오프라인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롯데쇼핑의 부진은 그룹사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 동력을 상실한 정부가 유지될 경우 찾아올 국가적 위기가 걱정되는 이유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치킨게임을 벌이는 건 민의가 아니다. 양쪽에서 시속 200km로 달려오며 “쫄리면 뒈지시던지” 식으로 마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피하는 놈이 지는 놈 되는 건 재미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속도 그대로 부딪혀 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