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오모나 웹진> 영화 리뷰
글 : 김동우
오디션의 모든 것, 오모나 "omona.me"
셀린 송 감독의 장편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는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만남과 이별을 오가는 한 남녀의 이야기다. 영화는 크게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노라(그레타 리)와 해성(유태오)의 유년 시절을 지나 뉴욕에서 재회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낸다.
작중에서는 인연(因緣)이라는 언어적 장치가 자주 등장한다. 이것은 영화의 제목처럼 전생에서 비롯된 개념이지만, 서로의 관계와 기억에 대한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왜 어떤 사람을 평생 잊지 못하는가. 혹은 다른 삶을 살고 있음에도, 그 사람은 왜 여전히 남아 있는가. <패스트 라이브즈>는 사랑의 성취를 말하지 않는다. 사적인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인 관계의 흔적을 들여다볼 뿐이다.
관객들은 이들의 선택과 운명, 우연과 필연의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진다. 노라가 유학을 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해성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은 어떤 사이였을까. 당연하지만 그것 자체가 이미 인연이기에 우리는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놓아주거나 잃어서 얻는다는 것,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관계를 바로잡는 것. 그렇게 사랑에 대한 진솔함은 상실마저 끌어안는다.
이 영화는 한 삶을 영원히 다른 삶과 맞바꾼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한 미련이 아닌, 살고 있는 삶에 대한 책임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어른이 된 두 사람은 여전히 12살의 아이들이지만, 더 이상 과거와 후회를 염려하지 않는다. 서로 함께하지 못한 이유가 이미 함께 살아온 삶들에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로부터 화해하기 위한 그들의 여정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결실을 맺는다. 노라가 해성에게, 해성이 노라에게 건넬 수 있었던 건 마음속 영원히 남아 있을 것들에 대한 사려 깊은 동경이자 형용할 수 없는 눈물이 아니었을까.
사랑이 아니라고 우기고 싶겠지만,
스스로 투자한 시간이나, 주었던 정이나
이게 아까워서 아플 수도 있고요.
혹은 자기 마음을 전혀 몰라줘서 그럴 수도 있고요.
그저 자존심이 상해서 아플 수도 있습니다.
근데 안 아프면 사랑이라고 할 수가 없겠죠.
그만큼 희생이 따르고, 그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 그래요.
― 김광석, 마지막 콘서트에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마치며 (1995.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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