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그레타 거윅 (2023)

“분홍색으로 덧칠한 다음 시대의 고전.”

by OMONA
<오모나 웹진> 영화 리뷰
글 : 김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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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거윅과 노아 바움백이 만났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이들은 시대를 읽고 풀어내는 데 능한 스토리텔러다.

그만큼 두 감독의 합작은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바비>는 가벼운 오락 영화라기보다, 섬세한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장난스럽되 영리하고, 유치함을 가장한 농담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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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미국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가정과 양육에 국한되어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장난감 산업에도 반영되었고, 여아용 인형의 모습을 획일화했다.

그러나 마텔(MATTEL) 사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일하는 여성’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성인 체형의 인형을 출시한다. 이는 업계를 넘어선 문화적 사건이자, 과감한 혁신이었다.

그렇게 바비는 전 세계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주체성을 상징하고자 했던 바비의 형상은 머지않아 상품화되었고,

이상적인 신체와 직업 모델은 수많은 여성에게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했다.

영화 <바비>의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배경을 전제로 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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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세계 바비랜드에는 수백 명의 바비들이 조화롭게 살아간다.

이곳에는 결핍이 없고, 연대와 자기 성취만이 질서로 기능한다.

차이는 있으나 갈등은 없는 것이다. 다양한 외형의 바비들이 있음에도,

모두가 전형적인 바비로 존재하는 이유다.

그 결과 바비랜드는 유토피아라기보다, 완벽하게 가공된 진열장에 가깝다.


이러한 세계에 균열이 생긴 건, 마고 로비의 바비가 죽음을 사유하기 시작하면서다.

죽음은 바비랜드의 논리로 설명될 수 없는 질문이었고, 이는 곧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으로 확장된다.

그녀는 사라져 가는 바비랜드를 구할 수 있는 단서가 현실에 있음을 깨닫고,

켄(라이언 고슬링)과 함께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마주한 풍경은 전혀 달랐다. 여성은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 조롱과 통제에 놓여 있었고, 바비마저 성 상품화된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었다. 여성을 해방의 이미지로 내세운 아이콘이 역설적으로 미의 기준을 고착화하는 모순적 존재로 작동해 온 셈이다.


이러한 간극은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해 온 강압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바비가 인종과 체형, 직업을 끊임없이 변화해 온 이유 또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여성과 바비는 시대를 향해 공격하고 방어하는 존재로, 때로는 개척자의 위치에 서 왔기 때문이다.

영화는 바비랜드와 현실 세계의 대비를 통해 이 같은 구조를 가시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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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예술이 그런 것처럼, <바비>는 완벽하지 않다.

다양한 문제의식은 휴머니즘과 자아 성찰로 급히 수렴되고, 주체적인 삶에 대한 메시지는 논리보다 감정에 기대어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페미니즘이라는 거대한 담론이 가벼운 연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후반부의 연설과 각성 장면들은 주제를 명확히 전달하지만, 서사의 밀도를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성별과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에도 그것이 만들어내는 갈등과 상처는 충분히 체화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내가 누구인지 묻는 가장 오래된 질문으로 향한다.

그래서 바비는 하나의 모델이 아닌 수많은 존재의 가능성을 포괄한다.

모든 여성이 바비일 수 있지만, 모든 바비가 여성일 필요도 없다.

이러한 제스처야말로 <바비>를 통해 도달하고자 했던 지점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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