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여운 것들」요르고스 란티모스 (2024)

“불행할 수 있는 자유마저 없는 세상이라면.”

by OMONA
<오모나 웹진> 영화 리뷰
글 : 김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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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는 일관적이다. <더 랍스터>, <킬링 디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 이르기까지 그의 세계는 친절함 대신 불편함을, 위로 대신 질문을 건네왔다. <가여운 것들> 역시 마찬가지다.

기이한 세계로 관객을 밀어 넣고, 익숙하게 여겨온 감각을 비틀어 놓는다.

이건 좀 과하다 싶은 장면들도 있는데, 그것 또한 이 영화의 질문이자 출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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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여성의 신체와 태아의 두뇌를 결합한 피조물,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

그녀는 괴물인가, 경이로운 존재인가.

런던에서 파리로, 다시 세계의 외곽으로 이어지는 벨라의 여정은 충돌의 연속이다.

정세와 문화, 계급과 욕망은 그녀의 몸과 의식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사회주의의 이상과 자본주의의 실체 역시 냉소와 연민을 교차시키며 드러난다. 현실은 벨라를 보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를 통해 추함을 노골적으로 폭로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세계는 냉혹하면서도 가학적이다.


그렇다면 벨라의 정신은 어떻게 구현될 수 있었을까.

이는 목적을 가진 시각적 성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안렌즈 쇼트를 통한 로비 라이언의 35mm 촬영 기법은 방향감각의 상실과 원초적인 호기심을 암시한다.

화면은 늘 왜곡되어 있고, 세계는 그녀의 시선만큼이나 불균형하다. 여기에 시대와 스타일을 결합한 홀리 웨딩턴의 의상은 초현실적인 배경 속에서도 인물을 현실감 있게 설득해 낸다. 이 모든 것은 벨라의 정체성을 하나의 집성체로 만들고, 그녀가 인식하는 세계의 낯선 지점을 감각적으로 포착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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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것들>은 페미니스트 판타지아다.

이 표현이 다소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문법을 고려하면 충분히 적확한 표현이다.

노골적이고 과장된 성적 묘사는 여성을 대상화하기보다, 여성을 대상화해 온 세상의 시선을 비추기 위함이다. 물론 이러한 표현을 해방이 아닌 또 다른 소비로 받아들이는 시선 또한 유효하다. 그러나 영화는 쾌락을 재현하기보다, 그것이 작동해 온 구조를 드러내는 데 무게를 둔다. 이는 신체의 자율성마저 공격받는 퇴행적 여성 혐오의 시대에 대한 자화상이자, 그 폭력성을 극단까지 밀어붙여 벗겨낸 단면인 셈이다. 그래서 채찍과 쇠사슬이 드러난 살갗을 움켜잡아도, 여성의 진화와 양심의 각성을 비추는 황홀경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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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퀀스는 극의 속도감을 늦추고, 요점을 흐린다. 아쉬움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골적이고 과장된 화법이야말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언어다.

불쾌함과 웃음, 연민과 냉소를 동시에 발생시키는 그의 방식은 흔치 않은 영화적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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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것들>이 묻는 것은 행복해질 자유가 아니다. 오히려 불행해질 자유에 가깝다.

보호받는 존재로 남는 대신, 상처 입고 실패할 권리를 스스로 획득하는 것.

벨라의 여정이 완성이나 구원이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은 불완전함을 기꺼이 감내하며 세계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다.

그 모든 순간을 설득해 낸 엠마 스톤은 커리어 최고의 연기와 함께, 다시 한번 뚜렷한 인장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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