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머시 : 90분」티무르 베크만베토브 (2026)

“정의를 외주화한 시대, 확증편향의 잔혹성.”

by OMONA
<오모나 웹진> 영화 리뷰
글 : 김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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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의 로스앤젤레스.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도입된 인공지능 사법 시스템 ‘머시(MERCY)’는 판사와 배심원, 집행인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주인공 레이븐(크리스 프랫)은 이 시스템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베테랑 형사였으나, 어느 날 아내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AI 법정에 회부된다. <노 머시: 90분>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이야기로,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속도감 있게 나아간다.


이 영화의 미덕은 로그라인에 있다. 감정을 배제한 채 오직 데이터로만 판결을 내리는 매독스(레베카 퍼거슨)와, 그 시스템을 설계한 인간이 결국 자신의 희생양이 된다는 설정은 꽤 효과적이다. 단 18번의 재판만으로 범죄율을 68%나 감소시켰다는 수치 역시 효율을 앞세우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숫자로 환원된 정의, 그리고 성과에 도취된 사회는 AI 사법 시스템의 유토피아적 환상을 손쉽게 정당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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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노 머시: 90분>의 화두는 확증편향의 알고리즘이다.

매독스는 공정한 심판관처럼 보이지만, 입력된 데이터의 편향성을 답습한다. 레이븐이 범인일 것이라는 초기값이 설정된 순간, 모든 증거도 유죄를 입증하는 방향으로만 해석된다. 이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과 다르지 않다. 소셜 미디어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여주며 확증편향을 강화하듯, AI 사법 시스템 역시 ‘범죄율 감소’라는 목표를 위해 ‘신속한 처형’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설정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행이 없다는 점이다. 영화는 크리스 프랫의 구강 액션과 주변 인물들의 추격전, 나아가 작위적인 음모론으로 수렴된다. AI의 논리를 정면에서 겨누는 법정 공방이나, 시스템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드는 지적 유희는 희미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아이 로봇>, <엑스 마키나> 등 유사한 소재를 편의적으로 답습할 뿐, 스스로 설정한 딜레마를 해소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인간과 기계 모두 실수를 통해 나아간다”는 메시지는 영화의 논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AI가 인간의 생사여탈권을 쥔 상황에서, 개인의 실수나 외부 변수로 책임을 환원하는 방식은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논의의 장 밖으로 밀어낸다. 그럴 때마다 <노 머시: 90분>은 장르적 클리셰로 결론을 회피한다. 이 선택이 익숙한 쾌감은 안겨줄지 몰라도,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시간은 아니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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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머시: 90분>은 안일한 주제 의식과 허술한 개연성으로 실망을 남긴다. 팝콘 무비로서의 효용은 차치하더라도, 다가오는 시대에 대한 사유를 기대했던 바로는 아쉬움이 크다. 그저 질문 없는 대답들만 산재되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의 등장이 또 다른 유토피아가 아닌, 인간의 편향을 학습한 저울일 수 있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이 영화가 의도치 않게 남긴 유일한 교훈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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