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hing matters. Everything matters.”
<오모나 웹진> 영화 리뷰
글 : 김동우
오디션의 모든 것, 오모나 "omona.me"
2022년 영화사는 이 작품으로 열리고 이 작품으로 닫혔다.
다니엘 콴과 다니엘 샤이너트 감독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른바 ‘에에올’이 전 세계 유수 영화제를 포함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을 수상한 것이다.
놀라운 건, 그랜드 슬램에 해당하는 주요 5개 부문 중 남우주연상을 제외한 모든 부문을 석권한 점이었다.
그렇게 이들의 신작은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오스카상을 획득한 영화가 되었다.
1. 평범한 일상 속의 거대한 서사
영화는 녹록지 않은 이민 생활에 지친 에블린(양자경)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그녀는 코인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세금 문제로 인해 세무조사를 앞둔 상황이다.
무기력한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콴)와의 관계도 소원하고,
갑작스레 커밍아웃을 선언한 딸 조이(스테파니 수)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던 중, 다른 우주에서 온 남편의 변주체를 통해 자신이 무수한 평행우주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 에블린의 입장에서는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뒤틀린 상황. 그녀는 유명 스타가 된 우주, 무림 고수가 된 우주, 돌멩이로 존재하는 우주 등을 오가며 ‘조부 투파키’라는 파괴적 존재와 맞선다.
2. 혼돈 속의 정교한 연출
평행우주는 최근 상업영화에서 빈번히 호출되는 장치다.
그러나 무한한 세계의 확장은 서사의 밀도를 희석시키기도 한다.
마블(MARVEL)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멀티버스 사가로 외연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평가가 엇갈린 것도, 반복과 분산의 피로를 벗어나지 못해서다. 여기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차별화되는 지점은 해당 소재를 영화 예술의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촬영감독 라킨 사이플의 언급에 따르면, 각 우주는 에블린의 감정 상태를 반영하여 설계했다고 한다.
‘소시지 손가락’ 우주의 경우, 코미디 장르에서 사용하는 온화한 조명이 적용된다.
그리고 케첩과 머스터드 톤의 색감이 더해진다. 화면비 역시 1.33:1부터 1.85:1, 2.39:1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게 변화하며 우주 간의 차이를 무의식적으로 극대화한다.
나아가 두 감독 특유의 과잉 편집, 점프컷 등을 통해 ‘평행우주의 폭주’를 시청각적으로 구현한다.
이를 통해 단순히 이미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물과 함께 체화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평행우주를 설명하는 대신 감각화하는 전략인 것이다. 화려한 CGI 대신 물리적 소품이나 분장, 아날로그적 편집 리듬을 강조하는 것도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만든다. 그래서 우주를 거듭할수록, 인물의 감정선은 더욱 선명해진다. 특히 돌멩이가 등장하는 장면은 언어와 신체를 최소화한 상태로 감정의 본질을 추출한다는 점에서, 시각적 기교가 아닌 감정의 은유를 활용한 연출로 볼 수 있다.
3. 우리가 사는 모든 우주의 의미
조부 투파키는 모든 가능성의 무게에 짓눌린 극단적 허무를 상징한다.
선택마다 다른 우주를 만들어낸다면, '좋다' '나쁘다'는 구분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또 다른 조이는 베이글 모양의 블랙홀을 만들어 세상을 없애려 한다. 무한한 선택지와 정보 속에서 의미를 상실한 그녀는, 파괴 충동과 동시에 고통과 기대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보인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면, 결국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친절함, 가족, 사랑을 제시한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의 사유로 환원시킨다. 웨이먼드는 말한다. ”우리가 얻는 건 이 모든 것이 의미를 갖는 몇 개의 시간 조각뿐이니, 나는 그 몇 개의 시간 조각을 소중히 여기겠다고.“ 에블린 또한 다른 우주의 자신들을 보며 동경하지만 이내 후회한다. 결국 그녀가 찾은 것은 웨이먼드, 조이와 함께하는 평범한 삶의 가치다. 이들이 도달한 깨달음은 거창하지 않다. 다른 우주에서 더 나은 자신이 있었을지라도,
지금 이 세계에서 손을 잡는 선택이야말로 가장 유효하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두 감독은 영화 속 질문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기보다, 감정과 윤리적 선택의 문제로 전환한다.
어떤 관객에게는 진정성 있는 위안을, 다른 관객에게는 단순화된 해답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4. 모든 것, 모든 곳, 한꺼번에
그렇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거대한 우주를 건너 평범한 자리로 돌아온다.
이 영화를 처음 본 날이 이십 대 마지막 생일이었다는 것과, 고작 돌멩이를 보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모든 우주에는 언제나 사랑할 무언가가 있다고. 얼마나 사소하든, 모든 것이 소중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인생에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가져오는 것이지, 인생이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모든 거절이, 모든 실망이, 모든 우연이 우리를 이 순간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바로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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