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생각
최근 퇴사를 했다.
근 1년간 전 회사에서 글로벌 사업부 이사로서 근무하며 느낀 점 5가지를 정리해보았다.
한국 시장은 이제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한국에서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J-커브를 그리는 것이 훨씬 까다로워졌다.
한국은 인구 규모가 제한적이고, 주요 소비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
신규 시장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시장을 나누는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이 구조에서는 스타트업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
한국과 미국 시장은 구조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시장의 사이즈 자체가 다르다.
M&A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흔히 말하는 m7, 구글, 애플, 메타 같은 대형 테크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니 VC가 큰 돈을 만진다.
지금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를 계속 흡수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끌어간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돈넣고 돈먹기 게임이 가능하다.
문제는 한국이다.
시장 구조가 전혀 다른데, 투자 방식만 미국의 것을 그대로 차용해왔다는 것이다.
삼성, LG, SK 같은 대기업들이 한국을 빠르게 성장시킨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혁신보다는 현상 유지에 더 가깝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이미 잘 돌아가는 사업을 지키는 쪽이 훨씬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에서는 대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끌어주기가 어렵다.
큰 기업들이 생태계를 끌어주지 못하는 구조에서 실리콘 밸리의 투자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다 보니
투자자 역시 돈을 벌지 못한다. 그러니 인재 발굴이 쉽지 않다.
시장 구조에 맞지 않는 투자 방식을 오래 가져온 결과, 한국은 더 이상 혁신 기업이 나오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 문제는 플랫폼 사업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 네카라쿠배당토를 보면 대부분 광고 중심의 수익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네이버는 이젠 쇼핑 기업에 가깝고, 당근 마켓은 마켓을 빼고 본격적으로 광고 기업이 되었다.
쿠팡이나 컬리 역시 오랜 시간 흑자 전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새로운 앱을 쉽게 다운로드하지 않는다.
설치해야 할 앱은 이미 너무 많고, 굳이 또 하나의 플랫폼에 돈을 쓰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플랫폼이라는 이유만으로 미래를 팔아 기업의 몸집을 불리는 시대는 지났다.
문득 내 소비를 돌아봤다. 내가 돈을 내고 쓰는 제품과 서비스의 80%는 미국 기업이더라.
유튜브 프리미엄, 바이낸스.
일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노션, 슬랙. 피그마, 어도비.
최근에는 새로운 시장을 연 ChatGPT, 미드저니, 소라
전자기기는 애플,
내 취미인 운동은 나이키, 룰루레몬, 알로.
이 브랜드는 고객이 실제로 돈을 내고 쓰는 제품을 만들고, 그 돈으로 다시 제품을 더 좋게 만든다.
결국 J-커브를 그릴 수 있는 기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서 기꺼이 돈을 쓰게 만드는 기업이다.
미래를 팔고, 투자금으로 버티는 돈 넣고 돈 먹기 방식은 이제 올드해졌다.
이 모든 걸 종합해보면, 한국에서 사업이 어렵다는 말은 구조적인 현실에 가깝다.
기술적으로 아무리 혁신적이어도 규제나 이해관계에 막히는 경우가 많고,
시장 규모 자체가 작다 보니 한 번의 실패가 치명적이 되기도 한다.
큰 기업이 생태계를 끌어주지 못하니 투자자들이 돈을 벌기 어렵고, 인재 발굴 또한 쉽지 않다.
반면 미국은 실험할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면서 새로운 문제와 수요가 계속 생긴다.
인재들이 흥미롭게 테스트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요즘 나는
이제 더 넓은 시장을 기준으로 사고하고 검증해야할 시점이라는 판단이 섰다.
한국에서의 경험은 충분히 의미 있다.
다만 그 경험을 더 큰 맥락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히는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