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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하윤 Feb 03. 2024

혁신적인 의료기기,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의료산업 문제는 수가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단일공보험체제이다. 국민건강보험 1개, 강제지정제이다. 이는 한국의 의료 행위와 제도는 모두 정부가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은 시장에 나오기 전 보수적인 단계를 밟는다.


2021년도 기준 70-80개의 새로운 의료기기가 식약처에 등록되었다. 하지만 등록되는 것과 시장에서 쓰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우리나라 보험은 공익성 제도라서 일정 금액이 정해져 있다. 제로썸 원칙 아래 어느 행위나 기술에 돈을 더 주려면, 다른 쪽에 돈을 덜 줘야 한다. (돈 주머니 자체를 키울 순 없다.)


새로운 의료기기에 수가를 책정하려면 환자를 대상으로 AB 테스트나 가설 수립 및 검증 과정을 거쳐 얼마나 도움 되는지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임상실험에 사용되는 돈은 스타트업에게 큰 부담이 된다.

정부가 보험을 책정해주지 않는 이상, 병원은 새로운 의료기기로 환자한테 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문제는 한국 의료기기의 발전을 막고 있다.



신의료 기술 평가 제도를 만들었지만 이 또한 문제가 있다.

*신의료 기술 평가 제도: 새로운 의료 기술이 나오면 평가해서 수가를 책정해 주는 제도

이 제도는 새로운 의료 행위에 대한 보상 시스템이다. 새로운 의료기기는 항상 새로운 의료 행위를 제공하지 않는다. 70-80%의 혁신 기술은 기존에 의사나 간호사가 하는 일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럼 신의료 기술 평가 제도에 속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여전히 복지부나 심평원은 의료를 산업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하고 산자부나 과기부는 R&D나 실증사업과 같은 정부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정부과제가 주로 의료기기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산업화를 위해서는 현장 적용과 수가 책정이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돈을 못 벌면 회사는 망한다.

이런 이유로 대한민국의 혁신적인 의료기기 스타트업은 종종 다른 나라로 떠난다.

이 문제가 지속되면 한국에서는 더 이상 혁신적인 의료기기가 나오기 힘들다.



정부에서는 만드는 게 아니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료기기를 시장에서 테스트하려면 비영리 기관인 병원이 이를 구입하고 사용 후 이상하면 내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술은 그렇게 발전한다. 하지만 이걸 구입할 수 있는 기회조차 정부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유럽, 미국(MCIT제도)은 이러한 제도가 잘 되어있다.]



좋은 의료기기를 가진 기업들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한국은 의료가 산업보다는 너무 복지의 개념으로 치우쳐져 있는 게 아닐까?



혁신적인 의료기기, 한국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의료라는 업의 본질로 인해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규제는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은 그 문제가 더 심각하다. 답답한 현실이다. 우리 모두는 환자이거나 잠재 환자이다.

새로운 혁신 기술의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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