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다니던 어느 날이었다. 아마 혜성이 떨어진다는 날이었나. 나는 늦은 시간 귀가해 신을 벗으며 부모님께 하늘이 준비한 오늘의 이벤트를 소개했다. 아버지는 흔쾌히 나와 함께 지붕에 올라 반쯤 누워 별을 봤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아버지와 나라면 분명 철학이나 감성 가득한 이야기를 나누었지 싶다. 그렇게 모기에 뜯기며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며 한참 담소를 나누다 내려와 씻고 잠에 들었다. 그날 혜성을 본 기억은 안 난다. 그저 밤, 공기, 아버지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어두웠지만 별이 밝게 빛났고 덥고 습했지만 시원했다.
아버지는 마치 별 같다. 내가 길을 잃을까, 잘못될까 연신 빛을 낸다. 나는 그 빛을 따라 걷는다. 그 빛에 뚫리고 베인다. 길을 밝혀주어 감사하지만 아프다. 그 빛 덕에 따뜻하고 편안하다. 자란다. 그 빛 때문에 상처 입어 웅크린다. 피한다. 자신의 삶을 태워 빛을 내는 태양이다. 아버지가 어린 시절부터 해주신 이야기는 커서 보니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다. 나이를 먹을수록 느낀다. “아, 이래서 이렇게 말씀하셨구나” 깨닫는다. 문득 언젠가 아버지도 나를 떠나는 날이 오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 옛사람들이 먼저 떠난 이들을 추억할 때 하늘을 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