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휴직이 끝났다

복직하여 돌아보는 2월

by 교사맘

3월 3일에 복직을 했다. 올해는 귀여운 1학년.

복직하고 2주가 지났다. 금요일마다 밤 9시가 넘도록 (무급) 야근을 했다. 1시간만 하고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초과근무를 안 올렸는데, 그게 결국 9시가 되어 버린다. 주무관님들을 먼저 가시도록 하고 내가 복도의 불을 끄고, 학교 현관문을 잠그고 퇴근했다. 불현듯 고등학생 시절, 일본어 동아리에서 가장 마지막에 학교 불을 끄고, 현관문을 잠그고, 학교 열쇠를 수위아저씨께 드리고 집에 갔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내 인생은 학교와 인연이 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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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 준비로 2월에도 출근을 여러 번 하긴 했지만, 막상 복직을 하고 나니 역시나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그래도 복직해서 반드시 지키리라 다짐했던 3가지를 잘 지키고 있어서 만족스럽다.

매일 최소 7시간 자기
매일 30분 기도시간 갖기
걸어서 출퇴근하기(도보로 편도 20분)


나의 생존 조건으로 설정한 3가지였는데, 복직을 하니 이것 외에는 내 여가 시간이 하나도 없긴 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하고, 아침을 간단히 먹고, 부랴부랴 출근해서 1학년 아가들의 학교 적응을 위해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맡은 업무들도 모두 학기 초에 세팅이 몰려있는 일이라 어마어마하게 바쁘다. 아이들을 하교시키고, 업무를 한 후, 부모님들을 위해 앱 알림장을 열심히 작성한다. 매일 1~2시간 늦게 퇴근하는 것이 보통. 집에 도착하자마자 열심히 저녁을 준비한다. 아이들을 먹이고, 집공부를 도와주면 금세 9시, 10시가 된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려면 얼른 자야지!


이렇게 2주를 보내면서 한 생각은 ‘글이 쓰고 싶네.’였다. 이번 주말은 글을 쓸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지난 2월을 돌아볼 때 기억에 남는 시간 중 하나가 ‘2000피스 퍼즐 맞추기'였다. 첫째가 호기롭게 사 왔는데 2000피스란 정말 어마어마했다. 우선 색깔별로 분류를 했는데, 그걸 분류해서 펴 놓을 공간이 너무 부족했다. 5인 가족이 살기에 빠듯한 크기의 집인데 퍼즐 2000피스까지 펴 놓으니 징검다리 건너듯 퍼즐을 넘어 다녀야 하는 것이다. 첫째도 자꾸 정리했다가 펼쳤다가 하니 너무 힘들어했고, 친구들이 놀러 와서 도와주기도 했지만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결국 이 퍼즐을 빨리 맞춰서 액자에 넣어야 퍼즐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싶어 나도 합세했다.


퍼즐을 하나, 하나 맞추다 보면 2~3시간이 훌쩍 흘렀다. 내 삶에 이렇게 무용한 일을 해 본 적이 있었나? 퍼즐은 여행처럼 새로움이나 설렘이 있지도 않고, 책이나 영화처럼 감정적인 몰입이나 사건이 있지도 않다. 단조롭고, 갈 길이 멀다.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한 조각, 한 조각 제 자리를 찾을 때마다 잔잔하게 피어나는 기쁨과 보람!


퍼즐 조각만 봐서는 도저히 어느 부분인지 유추하기 어려운 고난도 조각들이 있다. 조각만 봐서는 모른다. 또 한 가지 느낀 점은, 전체 조각을 완성하는 데에 필요하지 않은 조각은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 조각이 없어서 ‘그려 넣어야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한 조각마저 찾았다. 2000피스 조각을 맞춘 것도 대단하지만 한 조각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것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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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대체 어디에 들어갈 조각일까...그런 고난이도 조각의 자리를 찾았을 때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지난주에 누군가의 모함을 받는 일이 있었다. 내가 불합리한 행위를 했다며 조사를 해달라고 학교 측에 요청한 것이다. 그것도 익명으로. 억울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다. 익명이다 보니 누굴까 자꾸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누군가의 미움을 살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억울한 일 하나 당하지 않고, 크게 아픈 곳도 없이,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맺으며(사실은 모두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살아가면 제일 좋겠지만,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니겠지.

퍼즐을 맞추던 일이 떠올랐다.

이것도 다 삶의 한 조각이야. 이 모든 조각이 모여서 멋진 그림이 완성될 거야. 겪고 싶지 않은 일이고, 속상하기만 한 일이지만 버려지는 조각이 아닐 거야. ‘하나님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삶’이라는 최후의 그림 속에서 당찬 한 조각이 될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게 되거나 스트레스가 커지려고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너무너무 바쁘고 피곤해서 곯아떨어지느라 잠을 잘 잔다. 휴직 때의 식습관을 유지하며 좋은 음식들을 먹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몸 컨디션이 좋다. 우리 1학년 꼬마들이 정말 귀엽고, 아이들과 내가 연결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으니 웃을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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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60313_164123136_03.jpg 형님이 가족 카톡방에 공유해 준 [언제나 기억해]라는 그림책 이미지. 최근 일이 떠오르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읽었다.



모두가 나를 사랑하지는 않고,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는데,

심지어 누군가 나를 미워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꿈꾸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묵묵히 살아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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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역 바깥의 일이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괴로워하지 말고,

내가 가진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행복해야지.

내가 가진 미소, 내가 먼저 건네는 인사, 타인과 진솔하게 대화하려는 마음.

이런 마음과 일상의 행동들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행복을 누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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