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진퇴양난의 집공부

by 교사맘

복직을 하고 꼬박 한 달이 지났다.

처음 2주는 새 학기 1학년들의 전반적인 적응을 돕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우리 학교는 학교에서의 수업도 긴 편이고, 방과후 수업도 복잡하고, 스쿨버스냐 학원버스냐 개별하교냐 등등 하교 방법도 복잡하기 때문에 체크할 것이 매우 많다.


'교실'이라는 공간, '수업 시간'이라는 상황에 초등 1학년 우리 반 모든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느라 일부 학부모님과 열심히 상담도 하고, 아이들을 열심히 관찰하면서 학부모 공개수업과 학급경영설명회까지 마쳤다.


3월은 새 학기라 교사에게는 원래 힘든 달인데, 문제는 내 아이들도 모두 새 학기.

학교에서 초등 1학년을 가르치고, 집에 와서 초등 3, 5학년과 중1의 학습을 들여다봐준다. 집 아이들을 앉혀놓고 수업을 하진 않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 주고 독려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다. 매일매일 4개 학년을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 ㅠㅠ


작년에 휴직하고 집공부를 주제로 브런치를 쓸 때, 집공부가 힘든 이유로 '나도 너무 피곤하다.'라고 썼던 기억이 나는데, 정말 정말 너무 피곤하다. ㅠㅠ 집에 오자마자 저녁을 준비하는데 시간 여유가 부족해서 저녁 준비와 식사가 늦어지기라도 하면 기분이 좋지 않다. 언제 밥 먹고 언제 공부하냐... 여유가 없다는 증거다. 내가 너무 피곤할 때는 아이들이 여유롭게 저녁 먹으며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도 마음에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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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상담 주간이 있는 4월은 또 얼마나 힘들까?


과외라도 알아보자니 내가 해달라는 대로 해 줄 과외 선생님이 과연 있을까, 그리고 3개 학년 아이들을 맡기려면 돈을 얼마나 줘야 하나, 과외를 알아보는 데 쓸 에너지도 없다 - 포기.


학원은 알아볼 에너지가 더더욱 없다, 학원의 방식대로 시키는 공부는 싫다 - 포기.


남편은 집공부를 외주 주지 말고, 저녁 식사를 외주 주는 게 좋지 않겠냐, 학부모 상담 주간만큼은 가능한 저녁마다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먹자고 하는데... 그 말이 맞긴 하다. 외식과 배달음식이 꺼려지지만 그래봤자 학부모 상담 주간이 있는 2주다 생각하고 돈 팍팍 쓰면서 버텨봐야겠다.




그래도 긴 관점으로 보면, 학교 생활에 에너지를 조금만 '덜'쓰고 싶었던 내 오랜 바람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여전히 하루하루는 정신없지만 재작년의 나, 3년 전의 나, 5년 전의 나, 10년 전의 나... 최근에는 블로그에서 교직 1년 차 때의 글을 읽게 되어서 그때와 비교하면 많이 자유로워진 모습이다.


휴직 때는 '학교 근무하면서 집공부를 시키다니 내가 그걸 어떻게 했던 거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브런치를 썼는데,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휴직 중에도 집공부는 마냥 쉽진 않았다.'라는 기억 덕분에 그나마 워킹맘 생활을 버티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전업맘이 된다고 해도 쉽지 않을 집공부. 차라리 워킹맘이라는 핑계로 외식, 배달음식에 쓰는 돈이라도 맘 편히 쓰는 것 같다.


나의 문제는 그냥 아이가 셋이라는 점이고,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점을 바꾸면,

아이가 셋인 덕분에 교사 생활에도 도움이 되고, 학교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교사인 덕분에 내 자녀들에게도 화를 내지 않고 키울 수 있는 것 같다.(지치고 힘든 모습을 자주 보여주긴 하지만)

학원비가 안 든다는 것은 가정 경제에 아주 큰 도움이 되기도 하다.


그래~ 화내지 않고, 키울 수 있으면 됐지.

집공부가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어차피 공부는 늬들 스스로 하는 것이다. 학원에 다닌다고 학원이 공부를 대신해주는 건 아니니까.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학원 다니고 싶으면 필요한 학원을 알아서 검색해서 알아오길 바란다. 가성비가 좋으면 얼마든지 지불해 줄 생각이다.


너무너무 힘들어서 글이라도 쓰며 위로받고 싶어서, 두서없이 쓴 프롤로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