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주간을 앞두고

삼 남매 교사맘의 일상 기록(2)

by 교사맘

슬금슬금 목 상태가 안 좋아지는 느낌이 왔다.


성대결절이 금방 생겨서 강의용 마이크를 주로 사용하는 편이었는데, 마이크 특유의 그 기계음이 편하지 않아서 올해는 마이크 없이 수업하기를 한 달째 도전해 보았다. 예전에는 마이크 없이 생활을 하면 2, 3일 만에 바로 성대결절이 왔는데 그래도 한 달간 성대가 멀쩡했다. 말보다는 정해진 신호나 약속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했던 점과 잠을 7시간씩 자려고 노력한 점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카페인을 끊은 것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고.


하지만 아무리 잠을 잘 자도 3월이 피곤하고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지난주에는 목이 잠기려고, 부으려고 하길래 다시 마이크를 꺼냈다. 여기서 더 무리했다간 목소리가 아예 안 나오는 구간에 들어가 버린다. 언젠가 목소리가 전혀 안 나와 수업의 모든 말을 화면에 입력하면서 지낸 적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반 아이들에게 아무 말도 못 하고 지내기란 쉽지 않아 쉰 소리로 자꾸 말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회복되는 기간은 더 늦춰지게 된다.




내일부터 2주간 학부모 상담주간이 시작된다.

나는 학부모 상담 시 대면 상담을 선호한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짧은 시간이기에 더욱 대면 상담이 서로의 소통에 효과적이다. 표정은 전화로 확인할 수 없고, 말투나 목소리도 전화로 확인하기에는 답답하다. 많은 정보가 담겨있는 비언어적인 요소까지 파악하기 위해 1학기 상담은 무조건 대면 상담이라고 전제하고 상담 신청을 받는다. 그리고 모두 신청하시도록 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걸 아주 좋아하고, 우리 반 아이에 대해서 집중해서 대화할 상대는 그 아이의 보호자뿐이기 때문에 그 시간이 신나기까지 한다. 보호자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을 개별적인 존재로 더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즐겁다. 부모님들의 다양한 양육 방식을 알게 되는 것도 큰 배움 중 하나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부모님께서 담임인 나의 교육 방향에 대해 이해해 주시고, 협력하려 한다는 것을 상담 주간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데 그래서 상담 주간 이후에는 아이들과 한결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고, 아이들을 위해서 더욱 노력하게 된다. 상담 주간을 통해서 나 역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도 역시 상담 주간은 몸이 매우 힘든 기간이다.

사립초의 학급당 정원은 보통 26~28명이고, 정원을 꽉꽉 채운다. (지원자가 더 많기 때문에) 공립초는 요즘 한 학급이 20명 내외인데, 사립초는 28명이니 꽤 복작거리는 셈이다. 물론 1학년은 보조 교사가 있고 사립초마다 보조 지원 인력이 있지만, 공립초의 학급당 인원수가 적은 것은 교사와 아이들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부러운 점이다.


또 매 회의 상담마다 엄청나게 몰입하기 때문에 이때야말로 성대결절이 항상 온다. 수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 온 힘을 다해 대화하는지.


가끔은 대화가 잘 안 될 수도 있다. 어떤 분은 나를 열렬히 지지해 주고 가시지만, 어떤 분은 리액션 만으로 파악하기 힘들 때도 있다. 대놓고 부정적인 말을 하시는 분은 없지만, 나는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큰 사람이기 때문에 대화에 소극적인 분을 만나면 (이미 대면상담을 오신 것 자체가 매우 적극적인 것이지만) 울적해지는 마음이 들곤 한다.




무언가 강렬하게 가지고 잡으려고 할수록 잡히지 않는다는 말에 많은 공감을 한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일수록 지금은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확해지고 부자가 아니어서 힘들다는 생각에 빠진다.

사랑받으려 할수록, 사랑을 확인하려 할수록 그것은 내게 오지 않고 멀어지며 아등바등해도 잘 잡히지 않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괴로워진다.


부자가 아니지만 막상 꼭 필요한 건 다 있는 지금도 괜찮다.

누군가 나를 좋아해 주면 기분이 좋고, 고마운 일이지만,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는 아무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할 수도 있다.

그러니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 너무 애쓸 필요 없다는 것.

자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가능한 만큼만 사랑하면 된다는 것.

요즘 기도를 할 때마다 생각하는 것들이다.




학부모 상담 주간이 있으니 둘째와 셋째에게는 학교 마치면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바로 집으로 가라고 해두었다. 첫째는 "엄마 늦게 마치시겠네요." 하며 상담 주간의 의미에 공감해 준다.


요즘은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첫째, 셋째의 집공부를 봐주는데, 월/수는 둘째가 발레 학원을 갔다가 8시에 와서 저녁을 먹고 공부를 하느라, 첫째와 셋째의 공부가 끝난 후에 둘째의 공부가 시작된다. 그래서 내가 거실에 앉아있는 시간이 자꾸만 길어진다. 이 점이 많이 힘들었는데 둘째의 월, 수 이틀 치 수학공부를 오늘(일요일)에 몰아서 먼저 하도록 했다. 수학적인 감각이 첫째에 비해 부족한 둘째와 셋째는 아무래도 내가 옆에서 피드백(칭찬, 격려)을 좀 더 해줘야 하기에... 일요일의 나의 쉬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좀 아쉽지만 그래도 평일에 조금 덜 힘들거라 생각하며 나름 조율을 한 나 자신에게 수고 많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주말에 친정어머니께서 반찬을 많이 만들어주셔서 밥 차리는 것도 조금은 수월할 것 같다. 비타민도 잘 챙겨 먹고, 물을 자주 마셔야지. 이렇게 상담 주간을 맞아 이런저런 일상의 대비책을 마련해 두었다. 이제 학부모님들을 신나게 만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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