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에 빠진 여자
나의 첫 드로잉 선생님 주니는 내가 틀리고 망친 그림 앞에서 시무룩 기운 빠져하고 있으면 경쾌한 목소리로 소리치고는 했다.
“안 그린 그림은 있어도 틀린 그림은 없어요.”
“어려우면 그리지 말고 오려 붙이세요. 꼭 다 그릴 필요는 없어요.”
“틀린 부분이 있으면 붙이세요.”
주니 선생님은 망쳐서 버리려는 그림을 가져다가 심폐소생을 해서 살려 오거나 틀린 부분에 예쁜 스티커를 턱턱 붙여주고는 했다.
나의 두 번째 미술 선생님인 화실 원장님은 수강생들에게 자주 권하고는 했다.
“색을 면으로 보려고 해 보세요. 집에서 색종이로 작업해보세요.”
“그냥 가지고 논다고 생각하세요.”
나는 이 말들이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말들은 내 앞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어느 날 내가 그 말들을 꿀꺽 삼켜버리기 전까지.
색연필로 옆모습이 독특한 노인을 그리다가 아랫부분을 그만 망쳐버리고 말았다.
노인을 죽이고 싶지 않았던 나는 드디어 내 앞에 놓인 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중에 하나를 꿀떡 삼켜버렸다.
틀린 부분은 잡지에서 찢어 붙인 종이로 가려지고 대신 뭔가 마음을 간질이는 새로운 것이 만들어졌다.
하... 이거봐라.
이거 맛있잖아?
종이에는 내 안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었다. 매우 구미가 당겼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앞에 있는 잡지를 내려다보았다.
하... 이거 흥미로운걸.
그렇게 나는 초등학생들이 미술시간에 해볼 만한 시도를 내 드로잉에 접목시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