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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Jan 29. 2024

여행의 하이라이트

상처 입은 영혼과 동행하기

동생과 여행을 계획할 때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가장 마지막에 넣었다.

내가 생각한 하이라이트는 물놀이였다.

그걸 위해 후아힌에 워터파크가 있는 호텔 3박을 예약했다.

3일 내내 워터파크에서 놀게 할 생각이었다.

나는 이 일정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힘들고 난이도가 높으리라 예상했다.

동생과 나는 둘 다 수영을 못하고 물을 무서워하고 운동신경이 없고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는 곳에 들어가는 건 상상도 못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그런 동생을 데리고 물놀이를 해야 한다.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어린이인 동생을 데리고 엄마가 아이와 놀듯이.

그러나 물을 무서워하면서도 물을 좋아하는 동생에게

워터파크는 분명 최고의 경험이 될게 분명했다.

작은 배낭 절반은 물놀이 용품이 차지했다.


워터파크만 3일을 잡은 것 당연했다.

첫날은 우왕좌왕하다 끝날 테고 둘째 날에 조금 적응을 할 테고 셋째 날이나 되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 너무 뻔했기 때문이다.

내 예상은 정확했다.

첫날 워터파크는 동생 손을 잡고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며 경험을 시키다 끝났다.

파도풀에 데리고 들어가서 튜브에 앉혀 보고 몸에 끼워서 물에 떠보게 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린이용 슬라이드도 같이 올라가서 타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튜브를 직접 가지고 올라가야 하는 슬라이드를 같이 타고 내려오고 마지막에 가장 높은 4인용 슬라이드까지 같이 탔다.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그다음 튜브에서 일어나지를 못하는 동생 때문에 매번 스텝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첫날 동생은 와~~~ 너무 재밌다고 했다.


둘째 날에 동생은 어린이용 미끄럼틀을 무한 반복해서 탔다.

튜브를 타고 천천히 떠내려가는 코스에 혼자 튜브를 타고 움직였고(전 날에는 내가 끌고 다녔다) 2인용 슬라이드를 나랑 같이 탄 후 다시 혼자 타고 내려왔다.

가장 높고 무서운 4인용 슬라이드는 동생만 올려 보냈다.

계단을 무서워하는 동생이 혼자 두 번이나 올라가서 혼자 타고 내려왔다.

둘째 날 동생은 하루가 더 있다는 말에 겨우 발을 옮겼다.

오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날은 동생 혼자 즐기게 할 생각이었다.

내 도움이 필요한 것만 같이 했다.

동생은 어린이용부터 가장 높은 슬라이드까지 끊임없이 타고 또 탔다.

말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4층 높이가 더 되는 슬라이드를 타기 위해 계단을 7번 올랐다.

그보다 조금 낮은 슬라이드도 6번을 탔다.

어린이용은 몇 번인지 셀 수도 없다.

너무 재밌어서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며 폐장 시간까지 정신없이 놀고 난 다음에도 동생은 재미있다, 또 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또 했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그래서 얼마나 아쉬운지 동생은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또 오고 싶다. 또 놀고 싶다. 더 하고 싶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기다리는 일은 너무 지루하고 힘든데.

마지막 말은 누나가 언제 다시 나를 데리고 나갈지 알 수 없는 시간을 기다리는 일에 대한 말이었다.

돌아가서 한국에 있는 워터파크에 같이 가기로 약속했다.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도록.


동생이 얼마나 무서우면서도 재미있어하고 정신없이 우왕좌왕하면서도 온 힘을 다해 즐겼는지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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